‘슈가랜드 익스프레스’로 데뷔해 ‘뮌헨’에 이르기까지 무려 77억 달러(약 7조 4,000억원)를 번 ‘미다스의 손’ 스티븐 스필버그. 할리우드의 흥행 마법사인 그가 애니메이션에까지 손을 대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몬스터 하우스’는 이런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주는 작품이다.
스필버그가 오랜 동료 로버트 저메키스와 손잡고 기획에 나선 ‘몬스터 하우스’는 제목 그대로 집이 괴물인 영화다. 창문이 야수의 눈처럼 이글거리고, 양탄자가 혀가 되어 날름거리며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괴물 집은 살아 숨쉬는 사람처럼 ‘연기’를 해낸다.
괴물 집에 맞서 싸우는 건너편 집 소년 디제이와 그의 친구 차우더의 얼굴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도 실사영화 못지않다.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처음 사용되었던 ‘퍼포먼스 캡처’(사람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얻은 데이터를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옮기는 기술) 덕분이다.
첨단 기술뿐만 아니다. 공포와 스릴러와 어드벤처 장르 등을 가로지르며 만들어내는 오밀조밀한 이야기 구성도 상업영화로서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영화는 때론 으스스한 장면으로 관객들의 뒷덜미를 서늘하게 하면서 서스펜스로 심장 박동수를 급속도로 올려놓는다. 빼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팬 서비스처럼 던져주는 유머도 재치 만점이다.
여느 애니메이션처럼 장면 곳곳에 배치시킨 기존 영화에 대한 패러디도 눈요기 거리다. 음침하고 괴괴하기 이를 데 없는 괴물 집의 전경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를 노골적으로 베껴낸다.
카메라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뒤에서 낮게 쫓아가는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변주한 것이다. 디제이가 망원경으로 괴물 집을 훔쳐보는 설정은 히치콕의 ‘이창’을 그대로 옮겼다.
‘스필버그가 ~한’이라는 광고 문구에 속았던 그 동안의 불쾌한 경험을 한꺼번에 잊게 만드는 영화. 단, 어른들 뺨치는 어린 주인공들의 대사와 특수부대원 못지않은 액션을 우리 애들이 배우고 따라 할까 두렵다.
스티브 부세미, 캐서린 터너, 매기 질렌할 등이 퍼포먼스 캡처와 목소리 연기를 했다. 길 캐넌 감독. 8월10일 개봉, 전체.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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