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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던 마쓰시타 "이제 우리가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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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던 마쓰시타 "이제 우리가 배워야"

입력
2006.07.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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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냉장고 기술을 배워간 삼성이 이렇게 발전하는 동안 도대체 우린 뭘 하고 있었나?"

24일 광주 광산구 오선동에 자리잡은 삼성광주전자 냉장고 공장.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마쓰시타전자(파나소닉)의 가전 담당 임원 6명은 각 생산 라인의 운영과 공정 하나 하나를 꼼꼼히 살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일본 냉장고 시장의 절대 강자 마쓰시타는 몇 년전만 해도 삼성이 벤치마킹하는 스승이자 대부였다

. 그러나 이젠 거꾸로 마쓰시타 임원들이 삼성을 배우러 온 것. 최기봉 냉기팀 과장은 "냉장고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마쓰시타 공장을 찾아가도 중요한 공정은 잘 보여 주지 않아 설움을 당하곤 했다"며 "그러나 이젠 마쓰시타를 넘어 세계 최고의 품질과 생산성을 자랑하는 냉장고 공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광주전자 냉장고 공장이 1990년대 후반 만성 적자로 허덕이던 '미운 오리 새끼'에서 영업이익률 10%를 넘는 '화려한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술개발, 혼류(混流) 생산과 공급체인관리(SCM)의 생산 시스템 구축을 통한 품질 향상, 끊임없는 원가혁신운동 등의 삼박자가 절묘하게 들어맞은 덕분이다.

지난달 이 회사는 150명의 정규 신입사원을 새로 뽑았다. 주문량이 증가하며 총 3개 라인 중 1개 라인에만 적용했던 주ㆍ야 2교대 근무를 2개 라인으로 늘린 것. 실제로 삼성광주전자 냉장고 생산량은 이달 15만여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음달에는 17만대까지 늘어난다. 최 과장은 "전 세계 55개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양문형 냉장고의 수출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삼성 냉장고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은 과감한 R&D 투자가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삼성광주공장에서 냉장고를 개발하고 있는 연구자는 모두 250여명. 이 같은 연구 인력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세계 최초의 4도어 독립냉각 냉장고인 '지펠 콰트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4개의 냉장ㆍ냉동고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전환할 수 있고 냄새도 섞이지 않는 '지펠 콰트로'는 미국의 소비자 구매 가이드 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의 평가에서 양문형 냉장고 부문 1위에 올랐다.

같은 생산라인에서 40개 이상의 모델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 방식은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종업원은 한 라인에서 A모델을 조립한 뒤 바로 뒤따라온 B모델을 조립한다.

도요타자동차에서 채택하기 시작한 이 방식을 삼성은 SCM과 연계, 더욱 발전시켜 부품재고를 30분내외로 단축했다. 이는 도요타의 2시간이내보다 훨씬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광주전자에선 2년전만 해도 31초마다 1대씩 생산되던 냉장고가 현재 22초마다 생산된다. 부품 재고는 물론 제품 재고 또한 없다.

환율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타개하기위해 원가혁신운동을 끊임없이 전개,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구리 대신 철을 쓰고, 철로 쓰던 부품은 강화플라스틱 소재로 바꾼 것도 이런 성과이다.

이같은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며 삼성은 지난해 유럽에서 양문형 냉장고 시장 점유율(34.1%)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삼성광주전자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양문형 냉장고 시장은 전체 냉장고 시장의 10%도 안 된다.

전체 냉장고로 보면 삼성의 순위는 세계 8위 정도. 냉장고 개발팀을 맡고 있는 박종용 상무는 "그 동안 양문형 냉장고에서 쌓은 노하우와 프리미엄 전략을 이젠 일반 냉장고와 다른 라인업으로도 확대, 2007년에는 세계 '톱3'로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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