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영아 시신 유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방배경찰서는 집주인 C(40)씨의 프랑스인 친구 P(48)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25일 C씨 빌라에 설치된 사설보안시스템 기록을 분석, C씨가 휴가차 집을 비운 지난달 29일부터 이 달 17일 사이 P씨가 모두 4번 빌라에 왔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집주인 C씨는 보안카드와 열쇠를 P씨와 필리핀 가정부 L씨에게 맡겼으나 L씨의 출입기록은 없었다.
●어떻게 냉동고에
경찰은 영아들이 C씨 집 안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실에서 부엌을 지나 냉동고가 놓인 베란다로 연결되는 통로 곳곳에서 영아의 것으로 추정되는 희미한 혈흔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영아 몸에 붙어있는 탯줄의 절단면이 매끄럽지 않고 탯줄을 집게로 집은 흔적도 없어 병원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영아 2명을 담은 비닐봉지는 C씨 집 주방에 보관하던 것이고, 이 중 1명은 비닐봉지 안에서 C씨 가족이 평소 사용하던 수건에 싸인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때문에 출입이 자유로웠던 P씨의 연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검 결과 영아들은 폐에 공기가 차 있어 출산 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영아의 체중이 각각 3.24㎏, 3.63㎏으로 정상 출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육안으로 볼 때 영아들은 백인이거나 아시아계와 백인 간 혼혈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아를 죽인 뒤 냉동고에 넣었는지, 그 반대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풀리지 않는 의문
보안카드 기록상 P씨가 집에 머문 시간은 매번 5~6분에 불과했다. 누군가 아이를 낳는 동안 집 안에 머물렀다고 보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경찰은 P씨가 집에 사람을 놔두고 혼자 밖으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옆집 주민이 13일 정오께 C씨 집 현관문 앞에서 우연히 봤다는 프랑스계 백인 소녀(14세 가량)의 정체도 의문이다. 목격자는 “뒤편 베란다 청소를 하러 나가다 소녀를 보고 흠칫 놀랐다”는 사실 외에는 기억하는 것이 전혀 없다. 경찰은 이 소녀의 소재를 파악하는 대로 P씨와의 관계를 조사할 계획이다.
영아들이 쌍둥이인지도 불분명하다. 국과수 부검 결과 두 영아의 무게 차이가 400g이나 되는 데다 둘을 합하면 거의 8㎏이나 돼 통상적인 쌍둥이 영아의 몸무게를 넘는다. 따라서 DNA 감식 결과가 나와야 쌍둥이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장기화하나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P씨는 이미 프랑스에 건너갔으며 8월 말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P씨는 아직 참고인 신분이어서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한 강제로 구인할 수 없다. 경찰은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현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P씨의 진술서를 받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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