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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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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애씨

입력
2006.07.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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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판대기가 죄값이란 말여!”

SBS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사고로 졸지에 40대 주부 순애(심혜진)와 영혼이 바뀐 초은(박진희)은 둘의 영혼을 되바꿔 달라며 찾아간 무당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초은이 순애의 남편 일석(윤다훈)과 불륜을 저지른 데 대한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순애가 초은의 몸을 갖게 된 것은 ‘복’이다. 순애는 아줌마 시절에는 꿈도 못 꿨던 ‘44사이즈’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스튜어디스라는 멋진 직업도 얻는다. 그래서 순애는 원래 가졌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초은의 몸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초은은 몸이 바뀐 대가로 그렇게 바라던 일석의 아내가 되고 안정된 생활까지 얻지만 절망하고, 순애는 S라인 몸매의 20대 여성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초은의 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그녀에게 연예인을 해보라는 제의가 들어오고, 뭇 남성들의 눈길이 쏠린다. 순애가 결혼 생활 10여년 동안 쌓은 주부로서의 경험이나 안정된 생활보다 20대 여성의 늘씬한 몸 하나가 더 대우를 받는 셈이다.

‘돌아와요 순애씨’가 주부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SBS ‘나도야 간다’처럼 실제 40대에 대학에 진학한 주부는 미담 사례일 뿐이지만, 운동을 통해 40대에 20대 이상의 몸매를 유지하는 ‘몸짱 아줌마’는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높은 소득도 올린다. 노래‘만’ 잘하는 여가수는 데뷔조차 힘든 반면, 노래는 못해도 몸매가 좋으면 이른바 ‘섹시 컨셉’ 가수로 활동하며 모바일 화보를 찍어 돈을 벌 수 있고, 착실하게 연기 수업을 받는 경우보다 벌써 CF 제의만도 여러 건 받았다는 ‘쌩얼미녀’ 민효린처럼 인터넷에 올린 예쁜 얼굴 사진 하나로 뜬 이들에게 훨씬 쉽게 TV 출연 기회가 주어진다. 내면의 아름다움 따위는 하기 좋은 말일 뿐. 지성과 교양도 ‘서울대 출신 미녀’ 김태희처럼, 예뻐야 인정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러니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초은의 몸을 택한 순애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S라인 몸매의 20대 여성에 비하면 40대 주부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 “돌아와요, 순애씨!”라고 외칠 수 있으려면 ‘몸 빼고 다 가진’ 순애가 ‘몸만 가진’ 초은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세상부터 돼야 하지 않을까.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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