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북핵협상위한 정치적 압박" 美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행위"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과 미국 사이에 혹시 심상치 않은 일들이 있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미국을 겨냥한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적극 두둔하면서 한미간 이견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 원인부터 다르게 보고 있다. 서주석 청와대 안보정책수석은 미사일 발사 직후 “북핵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벌인 고도의 정치적 압박 행위”라고 북한의 의도를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행위를 ‘도발’ 로 규정하면서도 정치적 의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도발적 행위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라면서 ‘도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엇갈린 진단 때문인지 대응책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면서 군사적 조치가 담긴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7장 만은 안 된다”고 맞섰고, 중국 등이 중재에 나서 7장을 제외한 대북 결의안이 채택됐다.
하지만 북한이 결의안을 거부하자 미국은 추가 제재를 추진했다. 미국은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갖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단호히 맞섰다. 안보리 결의안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북한과의 타협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논리다. 이종석 장관도 20일 “압박과 제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적절치 않다”며 추가 제재 불가론을 펼쳤다. 또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문제는 남북 경제협력의 마지막 생명 줄이고,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적 상거래 형태라는 논리로 대응했다. PSI 문제에서도 훈련시 참관단 파견이라는 현재의 협조 수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한미간 입장 차이는 지난해 9ㆍ19 6자회담 공동성명 이후 북핵 해법부터 이어진 측면이 있다. 미국은 북한이 요구한 양자회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금융제재, 인권문제 같은 압박 일변도의 정책을 구사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내부에는 미국과 북한 모두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우리 정부의 일부 인사들은 부시 행정부가 도대체 대북관계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는 근본적 회의까지 하고 있다. 2001년 집권 이후 북한과의 미사일 회담을 거부하며 미사일 문제를 방치했고, 2002년에는 입증되지도 않은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꺼내 2차 북핵 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