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5일 힘찬 첫 출발을 했다. 유엔 안보리가 이날 새벽 4명의 사무총장 후보를 놓고 벌인 예비투표(straw poll)에서 반 장관은 선호(encourage) 12표, 비선호(discourage) 1표, 입장 없음(no opinion) 2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반 장관의 뒤를 이어 인도 출신의 샤시 타루 유엔 사무차장이 선호 10표, 비선호 2표, 입장 없음 3표를 얻었고, 수라키앗 사티라타이 태국 부총리는 선호 7표, 비선호 3표, 입장 없음 5표를 받았다. 유엔 군축 사무차장 출신인 자얀타 다나팔라 스리랑카 대통령 보좌관은 선호 5표, 비선호 6표, 입장 없음 4표에 그쳤다.
이번 투표는 9월말로 예정된 본격적인 예비투표에 앞선 ‘예비적 예비투표’로 반 장관이 15개 안보리 이사국의 상당한 지지와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일단 반 장관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셈이다.
물론 이번 투표 기류가 막판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이번 투표는 상임ㆍ비상임 이사국 구별 없이 실시돼 반 장관의 비선호 1표, 입장 없음 2표 중에 상임이사국 표가 포함돼 있는 지 여부도 중요하다. 미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의 전원 찬성을 얻어야 안보리의 최종 후보로 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9월 예비투표에서 찬성 또는 반대하는 국가들의 실체가 드러나야 반 장관의 당선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번 예비투표 내용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는 외교부는 고무된 표정이 역력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각 국이 최고위층을 앞세워 총력 득표전을 펼치고 있는데다, 의외의 유력 후보가 9월쯤에 급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의 고촉동(吳作棟) 전 총리나 터키의 케말 데르비스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또 북핵과 북한 미사일 문제가 어떻게 가닥 잡히느냐 하는 것도 반 장관의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스트로 폴(straw poll)이란
밀짚(straw)을 날려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있다는 데서 나온 말로 '예비투표'라고 한다. 유엔 안보리는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선정할 때 15개 이사국의 기류를 알아보기 위해 스트로 폴 방식을 사용한다. 투표지에는 각 후보 밑에 선호(encourage) 비선호(discourage) 입장 없음(no position) 등 세 칸이 있다. 안보리는 스트로 폴을 통해 '선호 후보'와 '기피 후보'를 가려낸 뒤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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