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헤즈볼라 동시 무력화 가능" 속셈
중동과 유럽 순방에 나선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시리아 끌어안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헤즈볼라_시리아_이란’의 이슬람 시아파 3각 동맹 구도에서 시리아를 ‘연결 고리’로 여기고 있다.
1982년 창설된 헤즈볼라에 가장 많은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고 레바논 남부를 다스리도록 한 것이 시리아였다. 시리아는 또 대부분 수니파가 지배하는 중동에서 이란의 유일한 동맹국이다.
미국은 시리아를 끌어안으면 헤즈볼라와 이란을 한 번에 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5일 “미국은 시리아를 자기 편으로 끌어 들여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수니파 친미 나라와 함께 친미 동맹 라인을 만든 뒤 헤즈볼라를 포위하고 나아가 이란의 숨통도 죄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26일부터 레바논 사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18개 국제기구 및 국가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는 아랍_유럽간 국제회의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적극 구사할 계획이다.
라이스 장관은 앞서 “미국과 시리아 두 나라 사이가 나쁘다는 것은 부풀려 졌다”며 “시리아가 이제 나서야 할 때”라고 손을 뻗쳤다.
미국의 속마음을 잘 알고 있는 바시드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화답했다. 이참에 그는 미국에게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배후로 지목한 것을 철회한다는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기대하고 있다.
2000년 집권 이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지난해 암살 사건 이후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레바논에서 철군하면서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은 그는 지금을 입지 강화의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또 앞으로 협상을 통해 67년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 고원을 되찾겠다는 속셈도 있다.
더 타임스는 그러나 “시리아의 헤즈볼라에 대한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며 “이란이 압박하면 모를까 시리아가 압박한다고 헤즈볼라가 미국이 바라는 대로 무기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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