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관계의 내상(內傷)이 상당히 심각해 보인다. 중국의 미사일 사태 중재 실패로 양국 관계의 이상 신호가 포착된 이후 수면위로 떠오른 악재들은 상처가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북한이 중국 국유은행인 중국은행(BOC)의 마카오 지점 내 북한 자산 동결 조치를 수용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 내 북한 계좌가 미국에 의해 동결된 후 대외결제 시스템을 잃은 북한으로서는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조치에 반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간 중국의 조치는 냉정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올 4월 100달러 위조 지폐에 대한 경계를 촉구하고 동북지방의 위폐 단속을 강화했다. 북한 위폐를 겨냥한 조치였다. 중국 금융기관이 북한의 위법활동에 연루돼 미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북한은 22일 선양(瀋陽) 미 총영사관에 진입해있던 탈북자 3명의 미국행을 허용한 중국측 조치도 서운하게 생각할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외국공관 탈북자들의 제3국 행을 허용해온 관례를 따른 것이지만 북측으로서는 미묘한 시점에 결정한 저의를 따질 수 밖에 없다.
이들 사건은 중국이 북한을 호의로만 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생긴 부득이한 결과였다. 이는 중국이 대북정책의 근간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데서도 반증된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시절 바닥을 치던 북중 관계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관계 복원에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2004년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때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원 전원이 김 위원장을 맞았고, 올 1월 방중 시에는 후 주석이 김 위원장의 시찰에 동행하는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비슷한 성향의 후 주석은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는 점을 확신한다.
하지만 북한은 다른 듯하다. 2003년 3자회담 카드를 받으라는 압박을 하기 위해 3일간 대북 원유수송을 중단하고,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를 방조한 중국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중국이 자신들과 함께 위험을 전혀 분담하지 않는다고 보는 북한은 중국의 만류도 뿌리친 채 미사일을 발사했고, 김 위원장은 중국측 특사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결국 북중 관계는 이러한 상처와 시각차로 인해 당분간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의 북한 6자회담 복귀 설득 노력도 쉽사리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 같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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