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잘못된 예견된 인재다.” “불가항력에 가까운 자연재해다.”
최근 집중호우로 영동고속도로가 한때 끊겼던 원인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영동고속도로를 현지 조사한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와 한국도로공사는 “계곡에서 흙더미와 돌이 쓸려와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지만 근본원인과 처방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원인 공방
이수곤 교수는 25일 “고속도로 인근 계곡의 범람으로 인한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은 설계ㆍ시공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자동차 통행속도를 높이려고 도로를 직선으로 만들어 도로가 산 깊은 곳을 통과하게 됐다”며 “도공측은 특히 산 윗부분에서 난 산사태가 도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사와 암석의 경계면은 미끄러짐 성질이 강한데 이번에도 토사 속으로 스며든 빗물이 암석에 침투하지 못하고 경계면을 따라 흐르는 과정에서 지하수 압력으로 토사 윗부분이 들뜨면서 산사태가 일어나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또 도로 지하로 통하는 배수 박스를 만들면서 물의 흐름만 파악했지 나뭇가지나 흙, 돌이 떠내려와 배수 박스를 막는 것은 감안하지 않아 물이 넘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도공은 “태풍 에위니아가 통과할 때 많은 비가 내린 뒤 불과 2~3일만에 시간당 50㎜ 이상의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로 번졌다”고 분석했다. 도공은 또 “벌목을 고속도로와 인접한 계곡에 방치해 15㎙이상의 거목들이 빗물과 함께 쓸려 내려왔으며, 암석으로부터 1㎙ 두께에 불과한 흙도 쉽게 쓸려 산사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도공은 그러나 “산사태가 발생한 지점은 고속도로와 최소 100㎙이상 떨어진 곳”이라며 “이 지역은 도공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도공은 “집단가옥이 있거나 대도시 통과 지역은 50년 홍수주기로, 기타 지역은 25년 홍수주기로 치수 시설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도로가 유실된 부문에 대해서는 “하천의 유속 증가로 도로 옹벽 하단부가 침식돼 발생한 자연재해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대책은
이 교수는 “외국에서는 산지 개발 때 산사태 취약 지점이 어디인지 보여주는 지반재해 위험지도를 만들어 설계에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우리나라도 산지에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는 계곡 부분의 산사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계곡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한 사방댐을 건설하고 쓸려 내리는 나무를 거르는 스크린댐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공은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국지성 집중호우를 고려, 설계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은 가급적 교량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도공 관계자는 “기상여건 변화를 감안해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도로 주변 계곡에 대해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등과 공동으로 산사태 예방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