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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인 법무장관의 새퉁스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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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인 법무장관의 새퉁스런 행보

입력
2006.07.2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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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마침내 자리를 떠났다. '반칙과 특권없는 공정한 사회'를 이루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앞세워 장관에 오른 지 13개월 만이다.

또 7ㆍ3 개각 때만 해도 제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가, 어느새 "죽을 각오로 열린우리당을 살리겠다"며 정부와 당 안팎에 파문을 일으킨 나머지다. 대권을 노린다는 본인의 정치적 장래와 후임 장관 인선에 관심이 쏠린 듯 하지만, 먼저 정치인 법무부장관의 행적을 되짚어 보자.

천 전 장관은 변호사 출신이지만 집권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권력 실세여서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장관직에 적합한지 논란이 많았다. 특히 검찰권 견제의 집념이 강한 대통령과 누구보다 코드가 잘 맞는다는 평판이어서 검찰 독립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런 우려는 강정구 교수사건에서 전례 없이 지휘권을 발동, 검찰의 뜻과 달리 불구속수사를 관철함으로써 격렬한 논쟁과 검찰총장 사퇴 파동을 낳는 것으로 현실화했다.

새삼 지난 파동의 시비를 가리려는 게 아니다. 다만 그토록 단호하게 검찰권을 견제, 법치와 인권을 바로 세우려던 의지는 어떻게 하고 우리당 살리기에 나섰는지 궁금하다. 또 화이트칼라 범죄 처벌강화 등 반칙과 특권 없는 정의를 이루겠다는 다짐과 숱한 사법개혁 구상은 어찌 되는지 묻고 싶다.

물론 그간 이룬 실적이 없지 않고, 야망을 지닌 정치인으로서 당을 구하는 게 절박한 과제일 수 있다. 그러나 뒤돌아볼 것 없다는 듯 발길을 재촉하는 모습은 당찬 포부와 소신이 진정으로 공명정대한 것이었는지 의심하게 한다.

이런 의문은 그가 당 복귀의 득실을 저울질하는 동안 검찰까지 흔들렸다는 얘기에 한층 커진다. 그러나 굳이 그의 답을 들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정치인 장관의 어지러운 행보를 지켜보는 국민에게 자신의 정치 동반자라는 문재인 전 수석을 후임으로 슬며시 내미는 대통령이 실제 인사로 답하는 게 옳다. 그것은 곧 정치 격동기를 앞둔 법무부와 검찰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밝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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