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밀집 거주지역인 서래마을의 대형 빌라 냉동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4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 H빌라 주민인 프랑스인 C(40)씨가 23일 오전 11시께 자신의 집 냉동고에서 남자 젖먹이 시신 2구를 발견했다. 한국말이 서툰 C씨는 동료 이모(43)씨를 통해 정오께 경찰에 신고했다.
인종과 나이도 파악 안 돼
C씨는 “택배로 주문한 간고등어 상자를 보관하려고 거실 뒤 베란다에 있는 5단짜리 냉동고 서랍을 차례로 열다가 4, 5번째 칸에 뭔지 알 수 없는 검은 색, 흰 색 비닐봉지가 있어 확인해 보니 각각 영아 시신이 언 채로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C씨는 부인, 두 아들과 함께 6월 말 프랑스로 건너가 8월 말까지 여름휴가를 즐길 예정이었으나 회의 참석 차 18일 혼자 입국한 상태로, 26일 다시 프랑스로 떠나기로 돼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외국계 D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근무해 온 C씨는 80평형 빌라에 거주해왔다. C씨는 냉동고를 휴가 전에도 사용했지만 자주 열어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시신에 탯줄이 달려있고 태변이 묻어있는 것으로 보아 태어난 지 얼마 안된 핏덩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날 1차 부검에서는 영아가 너무 어려 사망원인은 물론 인종과 나이 등에 대해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외상이 없다는 사실 외에 사망 뒤 얼었는지 냉동고에서 동사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며 “DNA 검사결과는 2주 후에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영아들이 백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인종과 쌍둥이 여부 등을 가리기 위해 DNA검사를 의뢰했다.
외부인 침입 흔적 없어
경찰 조사결과 3층 빌라의 1층에 있는 C씨의 집에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모든 창문은 닫혀 있었고 현관문과 창문마다 설치한 사설경비업체의 보안시스템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입구와 정원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CCTV 녹화 테이프 보관 기간이 3일에 불과해 C씨가 입국한 18일 이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50대 경비원은 “외국인이 많이 드나들어 일일이 출입자의 신분을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외국인 동료 행방 추적
경찰은 C씨가 휴가 중인 사실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몰래 시신을 놓고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집 가정부인 40대 필리핀 여성 L씨와 국내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C씨의 프랑스인 친구 P씨(40대 후반)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들이 C씨 집의 열쇠와 보안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C씨는 “1주일에 1~2번씩 들르던 L씨에게 8월 말까지 오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열쇠를 돌려 받지는 않았다”며 “P씨에게는 휴가 기간 중 집이나 봐 달라며 열쇠를 맡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보안카드 기록 등에 따르면 C씨가 집을 비운 사이 집안에 들어간 사람은 P씨 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P씨는 21일 프랑스로 출국했으며 8월 말 돌아올 예정으로 21일 프랑스로 출국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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