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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시사만화에 투영된 제국주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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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시사만화에 투영된 제국주의의 눈

입력
2006.07.25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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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화는 가장 간명한 이미지로 역사와 사건, 인물을 증언하는 문화적 도구다. 또 증언의 내용 못지않게 그 역사와 사건과 인물을 바라보는 주체의 ‘시선’, 요컨대 하나의 관(觀)을 은밀히 강요한다. 촌철의 재치와 풍자의 재미 앞에, 다중이 짓는 웃음과 동조에는 그 관으로의 투항의 기미가 묻어있기 쉽다. 해서, 근대 이후 시사만화는 계몽의 선봉이었고, 선전ㆍ선동의 전위였다.

일본 정치를 전공한 한상일(63ㆍ국민대 정외과) 교수와 일본 문화ㆍ사상사를 전공한 한 교수의 딸 정선(36ㆍ고려대 아세아연구소 선임연구원)씨가 ‘일본, 만화로 제국을 그리다’(일조각 발행)라는 흥미로운 책을 함께 냈다. 일본 근대 제국의 건설과 패망이라는 추한 역사를 그들의 시사만화라는 창(窓)을 통해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들은 근대 일본의 첫 저널리즘 만화 잡지인 ‘재팬 펀치’(1862년 5월 창간) 이후 신문 잡지 등에 수록된 시사만화들을 소개하고, 그 시대적 맥락과 ‘시선’의 함의를 냉정하게 고찰한다.

‘재팬 펀치’의 창간호 표지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 아래 일본인이 서양인과 악수하는 그림을 실었다. 서양을 등에 엎고 아시아 패권을 노리던 19세기 중엽 일본의 야심을 그렇게 드러낸 일본의 시사만화는, 이후 조선과의 강화도조약, 청일전쟁, 러일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결절마다 제국의 관(觀)으로 다중의 시선을 장악한다. 가령, 조선의 동학농민전쟁 시기에 실린 한 그림에 농민군은 악어떼로 묘사된다. 위기에 처한 배(조선 조정)를 향해 구조선(청나라 군대)이 다가오고, 일본인은 후지산 꼭대기에서 담배를 피며 느긋이 앉아 그 광경을 관전한다.

그들은 청나라인을 주로 돼지로 묘사하는 등 조선인과 청인을 모멸적으로 그리고 있다. 조ㆍ청에 대해 ‘미개’의 이미지를 유포함으로써 전쟁을 정당화하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고양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에 러시아인은 일인들과 거의 대등한 모습이다. 저자들은 “일본이 개국 후 근대화 과정에서 갖게 된 서양 콤플렉스의 한 단면”이라고 적었다.

올사늑약(1905)과 한일신협약(1907)으로 한반도 강점을 사실상 완성한 시점에 ‘도쿄퍽’이라는 만화 잡지에는 또 하나의 웅장한 시사만화가 실린다. 이토 히로부미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완용이 무릎을 꿇고 협약서에 날인하고 있고, 그 상단에는 일본 신화에서 삼한을 지배한 자로 나오는 진구황후와 임진왜란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한론의 사이고 다카모리 등이 후지산을 배경으로 서서 그 장면을 지켜보는 그림이다. 만화는 조선 병탄의 역사적 필연성을 그렇게 과시한다.

저자들은 ‘시선의 정치’를 이해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즉 시사만화는 “특정 사회가 공유한 상징 체계와 표현 양식을 통해 특정 경향의 ‘규율’을 무의식 또는 의식적으로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정치권력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한정선 씨는 “지금도 일본의 시사만화는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이웃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며 “그 ‘시선의 정치’의 작동 양식을 비판적 이성으로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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