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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퓨전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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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퓨전 김밥

입력
2006.07.25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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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집이 많다. 김밥 체인점의 원조격인 모 상호 가게는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거기서는 1,000원으로 김밥 한 줄을 살 수 있다. 시금치, 단무지, 계란 지단, 소시지, 들어갈 거 다 들어가고 맛도 좋다.

너무 싸서, 그 김밥만 사는 건 염치없는 짓 같다. 그래서 뭔가를 더 넣어 2,000원에 파는 김밥을 끼워 사게 된다. 그런데 2,000원짜리 김밥에는 마요네즈가 발려 있다. 어떤 김밥집에서는 마요네즈 대신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스를 바른다.

내 친구가 들른 한 김밥집에서는 정체 모를 녹색 소스를 발라주더라고 했다. 음식에 관한한 실험정신이 전무한 그였기에 선뜻 입에 넣지 못하고 젓가락으로 소스를 긁어내며, 감정을 숨기고 "아저씨, 이 소스 뭐로 만든 거예요?" 정중하게 물었단다.

그에게 돌아온 건 "아, 우리 집 비밀이라 죄송하지만 가르쳐 드릴 수 없네요"라는 긍지에 찬 대답. 옆 식탁에 혼자 앉아 같은 김밥을 시켜 먹고 있던 남자가 내 친구를 향해 속닥거리더란다. "맛이 이상하네요."

세상은 좁고 김밥집은 많다. 그래서 오늘도 그 주방들에서는 경쟁적으로, 보수적인 미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변태식욕의 발로로 여겨질 퓨전 김밥이 태어난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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