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지방분권을 정권 브랜드로 선언하였다. 그 결과 조직, 인사, 재정에 대한 많은 권한이 자치단체로 넘어갔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고 하여 무려 1000여 개의 중앙권한이 이관됐다.
● 낮은 지방분권 체감도
내년부터 총액인건비가 총액예산제도와 함께 연계되어 집행된다면 더 이상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한다는 말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지방자치단체와 국민들의 지방분권에 대한 체감도가 이렇게 낮은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자치경찰, 교육자치 등 대형 지방분권 정책들이 실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치안과 교육은 지역주민 누구와도 직접 관련이 있다. 때문에 자치경찰과 교육자치의 실시 여부는 분권 체감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자치경찰과 교육자치가 이루어지면 나머지 지방분권은 고구마 줄기처럼 저절로 따라나오게 되어 있다. 마지막 2%의 힘만 있으면 지방분권의 핵심인 자치경찰과 교육자치가 실현될 수 있다. 누가 2%의 힘을 갖고 있는가. 정답은 지방자치단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분권의 사용자라는 것이다. 사용자가 나서지 않은 정책을 누가 주겠는가. 가장 힘 있는 기관이 쥐고 있는 경찰과 교육권한을 스스로 나누어 줄 리가 있겠는가.
지방자치단체들은 지금처럼 분권은 대통령의 결단만 있으면 된다는 의존적 자세가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여 얻지 않는 것은 자기 것이 아니라는 칭기즈칸의 말처럼 전투적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둘째, 국정운영이 역대 정권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여당총재를 겸하였기 때문에 국회에 대한 권한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국회는 국회대로 주어진 권한을 충분하게 행사하고 있다. 선진형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분권에 관한 한 대통령의 역할은 중앙정부가 내놓지 않으려는 지방에 대한 권한을 내주도록 물꼬를 터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이 최대이다.
그 역할의 마지막 단계가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하는 것이다. 이미 이 단계는 지난 지 오래다.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와 함께 이 마지노선을 넘길 수 있도록 앞장서나가야 한다.
● 주민과 힘을 합쳐 행동해야
셋째, 현실적인 계산 때문이다. 현재 여야 국회의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누구도 아닌 유권자인 주민이다. 1년 반 있으면 국회의원은 대선과 재선을 위해서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반면에 자치단체들은 앞으로 4년 동안은 선거에서 자유스럽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금이 국회의원에게 가장 자유스럽게 목소리를 낼 호기라고 할 수 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주민과 합심하여 국회로 하여금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분권관련 법률을 조속히 통과해 주도록 설득과 압력을 가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할 때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치단체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 동시에 역사가 자치단체에 부여해 준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