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그림 읽어주는 여자’출간 이후 이른바 ‘뜬 화가’가 된 한젬마(37)씨. CF 출연에 방송 활동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가 벌써 5년째 한 작업에 매달려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 화가들의 삶의 체취를 직접 느끼며 그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한반도 미술 창고 뒤지기’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24일 그 첫번째 성과로 1, 2권(샘터 발행)이 먼저 나왔다. 그의 두 번째 책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이후 6년 만이다.
“지난 역사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것처럼, 한국 미술은 우리에게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한국 미술을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터 주고 싶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독자들이 자랑스런 우리 화가, 우리 미술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는데 도움을 주는 여행서라고나 할까요.”
책은 20명의 작고한 우리나라 근현대 화가들에 관한 이야기다. 먼저 취재 대상 작가를 20~30명으로 축소하고 그들의 화집과 자료들을 구해 탐독한 뒤 주소를 찾아내 유가족들을 만났다.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경우 자료도 많고 유족 연락처를 찾기도 쉬웠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들은 생가를 찾는 데만도 몇 주가 걸리기도 했다. 시ㆍ군ㆍ구청의 홈페이지, 지역 민속 자료, 문화 관련 TV프로그램 녹화 테이프 등 참고할 만한 것은 모조리 뒤졌다. 묘지나 생가 위치, 유족 연락처를 알기 위해 시골마을 주민과 이장 어른을 귀찮게 조르기도 했고, 인터뷰 날짜를 잡아놓았던 화가의 유가족이 갑자기 별세해 낭패를 보기도 했다.
“하면 할수록 작업이 방대해져 손을 놓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어려운 미적분 문제를 끙끙 대며 풀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중도포기는 못하겠더라구요. 언젠가는,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요.”
총 3권으로 선보일 이 시리즈는 한씨가 우리나라 근현대 화가의 생가나 미술관을 직접 방문하고 유족들을 만나는 등 발로 뛰어 써낸 결과물이다. 그래서 책에는 화가의 생가나 미술관 등을 찾아가는 길이 지도와 함께 자세히 소개돼 있다. 1, 2권은 서울 경기 이남 지역에서 태어난 김기창 이응로 박생광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등을 다뤘고, 내년 상반기쯤 완성될 3권에서는 서울 경기 지역 출신 화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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