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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길게 살자/ "돈? 승진? NO… 안정된 미래가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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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길게 살자/ "돈? 승진? NO… 안정된 미래가 최고죠"

입력
2006.07.2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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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견 광고회사에 다니는 이모(52) 국장. 출근은 하지만 일은 없다. 작년 말 사실상 퇴사 통보를 받았지만, 아직껏 버티고 있다. '개발실 국장'이라는 이름 뿐인 직함이지만,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작정이다. 첫째 딸(25)이 연말에 결혼을 하기 때문이다. 시집 보낼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번듯한 명함 하나 없으면 사돈집에서 우습게 볼까 걱정돼서다. 혹시 사장이 바뀌면 구제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희망도 버리지 않고 있다.

#2. 중견기업 S사에 다니던 정모(36) 과장은 2년을 벼른 끝에 올해 초 사표를 냈다. 몇 년 더 다녀 승진을 한들, 예고도 없이 보따리 싸야 하는 선배들 꼴 날 게 틀림없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교육학과 출신인 정씨는 회사 몰래 교육대학원(야간)에 다니며 나름대로 퇴사 준비를 해왔다. 그는 현재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다. 수입이 크게 줄어 아내에게 면목이 없지만, 교사만 되면 자신의 인생은 안정권이라는 생각에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직장인들의 인생 목표가 바뀌고 있다. '돈', '승진', '성공'보다는 '안정된 미래'를 만드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1960~70년대 압축성장 세대에겐 '복지부동', '모럴 해저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진 데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公職'은 상한가

교사와 공무원, 공기업은 취업 준비생 뿐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다. 들어가기만 하면 즉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작년 말 직장인 857명을 대상으로 '공무원시험이나 고시 등 재취업을 위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61%인 525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서울 노량진의 한 취업학원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공사나 공무원시험을 대비한 유명 강좌는 접수 당일 마감된다"고 귀띔했다.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대기업 직원 이모(29)씨는 "지금 연봉이 3,100만원으로 괜찮은 편이고 복리후생도 나무랄 데 없지만, 밤 11시 퇴근이 다반사일 정도로 일이 고된데다 임원 못 달면 곧바로 나와야 한다"며 "근로조건과 정년 보장, 연금까지 고려하면 공무원 하는 게 실질 연봉으로 따져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그룹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계속 낮아져 현재 47.5세에 불과하다.

이런 분위기 탓에 9급 공무원시험 응시자 수는 2000년 9만 여명에서 지난해 18만 여명으로 2배나 급증했다. 7급 공무원시험까지 합치면 25만7,000명이다. 서울시 중등교사 임용고시에서 비(非)사범대 출신 합격자 비율도 2005년 14.6%에서 올해 21.1%로 늘어났다.

최근엔 대학 교직원 공채에도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올해 초 고려대 일반행정직(3명) 모집에는 석ㆍ박사 학위자를 포함, 1,000여명 가까운 지원자들이 몰렸다. 정년 보장과 주5일 근무, 정시 퇴근 등으로 자기계발이나 여가를 즐길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대입부터 새 출발한다

대학 신입생으로 컴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한의대나 교육대학이 인기가 좋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더 편하고 안정된 직업이 보장되는 전공으로 유턴하려는 것이다.

서울에서 초등교사 임용고시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곳은 이화여대 초등교육학과와 서울교대 등 2곳이다. 이대의 경우 2006학년도 지원자 324명 중 30세 이상이 76명(23.5%), 편입 경쟁률은 64.8대1에 달했다. 서울교대도 30세 이상 신입생이 2004년 0.6%에 불과했지만, 올해엔 2.5%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중등교사 응시자 수는 2000~2002년 전국적으로 3만 여명 수준이었지만, 작년엔 5만6,000명으로 늘어났다. 교육학 관련 부전공을 한 뒤 일반 회사에 취업했거나 교육대학원을 이수한 직장인들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희대 한의예과는 최근 4년간 23세 이상 '늙다리' 신입생이 매년 20~30명(정원 120명)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입학이 용이한 지방 한의대는 '늙은 학생' 비율이 더 높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벤처기업에 다니던 이모(26)씨는 지난해 지방 한의대에 원정 입학했다. 그는 "보다 안정된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싶었다"면서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인생 항로를 바꾸지 않는 한 꿈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미련 없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최근 수년간 매년 1,000여명의 대졸 사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보다 안정된 직장으로 옮기려고 사표를 낸 경우다. 실제 한국토지공사의 경우 2003년 이후 선발한 신입사원 103명 가운데 삼성ㆍ현대ㆍLGㆍSK 등 대기업 출신이 36명, 은행과 공공기관 출신이 25명, 중견ㆍ중소기업 출신이 42명이나 됐다.

LG전자(과장)와 벤처기업을 거쳐 최근 정부 산하기관으로 다시 이직한 손모(35)씨는 "벤처기업 다닐 때는 몸은 고달팠어도 마음은 편했지만, 대기업에서는 잦은 출장과 야근으로 가정생활이 거의 없었고 정신적 중압감도 상당했다"며 "지금은 몸도 마음도 편하고, 내가 사표내지 않는 한 퇴사의 불안감도 없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요즘 직장인들의 안정추구 성향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의 가동으로 평생직장을 보장 받을 수 없게 된데 원인이 있다"며 "그러나 이런 심리가 기업과 사회 전반에 퍼질 경우 적극적인 영업이나 투자 확대 등 진취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ㆍ유병률ㆍ안형영기자 news@hk.co.kr

■ 붙박이는 무능하다?

'직장은 그저 거쳐가는 곳일 뿐, 믿을 건 내 실력과 몸값 뿐이다. 한 직장에 오래 있었다는 것은 내가 무능하고 경쟁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직장인들 사이에 교사ㆍ공무원 등 안정된 직종으로 옮기려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선 잦은 이직을 통해 몸값을 올리려는 실용파도 늘어나고 있다. '굵게 살아야, 오히려 길게 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 둘이 모순되는 것 같지만, '길게 살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또 전문성을 키우기 힘든 일반기업에서 쭉 있다가는 언제 그 줄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전제한다는 측면에선 같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10여년 근무하다 올해 2월 경영컨설팅 회사로 옮긴 고모(37)씨는 "한 곳에 오래 있으면 오히려 능력이 사장될 수밖에 없다"면서 "40, 50대가 돼서도 전문지식으로 먹고 살려면 좀더 많은 회사를 거치면서 능력과 몸값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역시 대기업에서 5년간 근무하다 최근 2년 새 직장을 두 번이나 옮긴 박모(34)씨는 "직장을 옮길 때마다 몸값이 조금씩 높아졌다"며 "동료들을 봐도 좋은 자리가 생기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사라지고, 회사는 단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거쳐가는 곳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경력직 채용시장 규모도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채용 및 헤드헌팅 전문업체 커리어의 신길자 팀장은 "경력자들의 이력서가 하루 수백 장씩 들어오고 있다"면서 "기업이 성과 중심의 무한경쟁과 상시 구조조정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이상, 직장인들이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인재를 중시하고 키우기 보다, 나이가 차고 성과가 떨어지면 곧장 내보내는 풍조가 직장인들의 소속감 약화를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ㆍ유병률ㆍ안형영기자 news@hk.co.kr

■ 39세 동갑 친구 '인생 희비'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기 위해 주경야독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이제 흔한 광경이 됐다. '공시족(公試族)', '공시폐인', '공시낭인'이라는 신조어도 유행하고 있다. 공직사회에도 성과급제, 교사평가제 등 민간부문의 경쟁방식이 조금씩 도입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강한 게 현실이다.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은 고향 친구인 30대 후반의 대기업 과장 박형식(39ㆍ가명)씨와 서울조달청 6급 공무원 안태석(39)씨의 인생항로를 들여다봤다. 안씨는 지방 국립대(경상대)를 나와 1994년 경기도 7급 공채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박씨는 서울의 모 사립대 공대를 졸업 한 뒤 95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박씨의 부인은 민간기업에 다니다 외환위기 때 퇴직했고, 안씨의 부인은 현재 7급 공무원이다. 이들은 모두 같은 또래의 자녀 2명씩을 두고 있다.

비바람 몰아쳐도 순항하는 '6급 공무원'

안씨는 요즘 7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평균 100대1을 웃돈다는 소식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자신이 지원할 때만 해도 학점이 나쁘거나 고시공부에 부담을 갖던 축이나 보던 인기 없는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7급으로 선회한 터였다. 94년 경기도 지방직 7급 경쟁률이 17대1이었으니, 10년 새 경쟁률이 5~6배나 뛰어오른 셈이다.

안씨는 이 같은 세태 변화에 대해, "7ㆍ9급 공무원은 아직까지 정년 보장, 경력개발 기회 부여 등 혜택이 많고 노후 걱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의 정년은 57~60세이다. 이제 11살, 8살인 자녀들이 결혼 적령기가 될 때까지 직장을 다닐 수 있다. 만일 60세에 5급으로 퇴직하면 월 220만원의 공무원 연금을 탄다. 그는 현재 서강대 경제대학원에 다니며 경력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물론 학비는 전액 국고에서 지원 받는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연봉이 3,300만원으로 친구인 박씨보다 20% 가량 적은 편이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고 있어 부인 연봉을 합치면 연간 가계소득이 6,000만원으로 박씨 가정보다 훨씬 많다.

그가 공무원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외환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파에도 끄덕 없는 '고용 안정성'이다. 안씨 부부는 모두 공무원이다 보니 외환위기 당시에도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에 머물 수 있었다. 반면 대기업과 금융기관에 들어간 학교 동기들은 사회생활 2~3년차의 초년병이었는데도, 구조조정의 광풍에 휩쓸려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그렇다고 안씨가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건 아니다. 96년 결혼할 당시만 해도 대출 1,500만원을 끼고 18평 아파트 전세를 얻을 정도로 쪼들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제적으로 안정돼 아파트 평수는 22→24→32평으로 커졌고, 자산도 0원에서 7,000만원으로 늘었다. 맨 주먹으로 이룬 값진 성과다. 안씨는 "인생 대박 맞을 일은 없지만 차근차근 좀더 나은 인생 목표를 향해 올라가는 기분"이라며 "하지만 요즘 공무원사회 내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 조만간 '철밥통'이 깨지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지뢰밭 위를 걷는 '대기업 과장'

박씨는 최근 퇴직한 직장 선배의 동업제의를 받고 사표 제출을 심각히 고민 중이다. 언제 잘릴지 몰라 안절부절 할 바엔, 위험 부담은 있어도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개인사업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이런 고민은 과장으로 승진한 뒤부터 계속 됐다. 박씨 회사는 과장직급부터 성과급제를 적용한다. 실적이 나쁘면 부하직원보다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정년도 보장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얼마 전에는 대리들이 아예 승진시험을 보지 않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직장 상사들은 "오후 5시 퇴근=산업쓰레기, 10시 퇴근=산업역군, 10시 이후 퇴근=산업전사"라는 얘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다. 박씨의 연봉은 각종 수당 등을 더해 4,200만원 수준으로, 같은 또래 7급 공무원에 비해 20% 가량 많다.

하지만 노후 준비는 꿈도 꿀 수 없다. 국민연금을 제외하곤 한 달에 10만원씩 붓는 연금보험이 고작이다. 경력 개발할 시간적 여유도, 회사의 지원도 없다. 대학 졸업 때 "공무원시험 준비하라"던 지도교수의 말을 흘려 들은 게 한탄스럽기만 하다.

박씨가 이직을 고민하는 데는 외환위기 때의 악몽 같았던 경험도 작용했다. 직장이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월급은 1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깎였고, 그나마 서너 달씩 밀리기 일쑤였다. 부인이 다니던 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통장잔고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부인은 당시 2살 난 첫째를 직접 키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퇴직했고, 부인의 퇴직금 800만원은 가뭄의 단비였다.

박씨에게 IMF 충격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는 10년 동안 아파트 평수를 늘리지 못한 채 신혼 때와 똑 같은 28평 아파트에서 네 식구가 전세로 살고 있다. 전세금만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랐을 뿐이다. 그는 회사가 정상궤도에 오르려는 찰나, 부모님 빚(3,000만원)에 덜미를 잡혀 전세금까지 빼야 했다.

이후 4년 동안 해외주재원 생활을 했지만 과거 선배들처럼 큰 돈을 벌진 못했다.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겪은 뒤 주재원 수당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업무에 쫓기다 보니 일에 대한 성취감은 온데 간데 없고, 항상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라며 "기업의 꽃인 임원이 되기 보다는 애들 대학 졸업 때까지 재직하며 학자금 혜택 받는 게 꿈"이라고 털어놓았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ㆍ유병률ㆍ안형영기자 news@hk.co.kr

■ 배우자 직업 선호도 큰 변화

여성들의 배우자 직업 선호도를 보면 시대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연세대 취업정보실 김준성 부실장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직업의 변천사' 논문에 따르면 전통적인 인기 직업은 역시 공무원이다. 공무원의 인기는 해방기에도 높았다. 당시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할 정도로 산업기반이 취약했던 터라 공무원과 은행원이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혔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종합상사 무역맨, 가발 디자이너, 자동차 엔지니어 등 수출 역군들이 결혼적령기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수출 주도형 성장이 가속도를 내면서 민간분야에서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난 덕분이다. 김 부실장은 "권위주의 시대에서 산업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인기 직종도 공공부문보다는 민간부문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외환위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직업 선호도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배우자 선호직업 조사결과를 보면 96년까지만 해도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혔던 대기업 사원이 외환위기가 닥치자 보수가 좋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문직에 자리를 내줬다. 공무원은 비록 박봉이지만 안정성을 등에 업고 그 뒤를 이었다. 2000년 벤처 열풍이 불면서 정보기술(IT) 관련직이 상종가를 친 것을 제외하고는 항상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 선호도 1위였다. 이 무렵 공무원 선호도는 5위권으로 잠시 주저앉았다.

그러나 2004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공무원ㆍ공기업 직원의 인기가 다시 1위로 뛰어올랐다.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데다 주5일제를 계기로 많은 보수보다는 삶의 여유와 생활의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여성들의 인기 직종으로만 여겨졌던 교사가 신랑감 직업 선호도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한편 남성들에게 최고의 배우자감은 단연 교사다. 96년부터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여교사는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어서 오래 전부터 남성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의 인기는 사회적 존경보다는 다른 직종에 비해 근무여건이 좋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무원, 공기업 직원, 교사 등의 인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가 2006학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배우자 직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남학생은 교사_공무원_회사원 순이었고, 여학생은 의사_공무원_사업가 순으로 꼽았다.

김 부실장은 "요즘 학생들은 야성을 잃어 버린 채 안정적인 직장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공무원과 교직사회도 경쟁체제로 변하고 있는 만큼, 조직의 시스템에 기대기 보다는 개인의 전문성으로 승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ㆍ유병률ㆍ안형영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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