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재보선을 앞둔 정치권이 심상치 않다. 산발적이지만, 의미 있는 지각변동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부쩍 활발해진 ‘비(非) 노무현, 반(反) 한나라당’ 세력 또는 정치인들이 움직임이 그것이다.
서울 성북 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에게 이 같은 색채를 띈 정파의 지지가 쇄도하는가 하면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대철 고문이 회동, 연대방안을 모색했다. 이와 함께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우리당에서 노 대통령과 끝까지 같이 갈 수 없다는 비노 성향 인사들의 물밑 타진도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 회동한 한 대표와 정 고문의 논의는 매우 구체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정 고문에게 “민주당 분당을 주도한 사람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양당 통합의 전제를 설명했다. 친노 세력은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 고문은 본인은 부인했지만, “‘열린우리당 중진들이 탈당하기로 합의가 됐으니 힘을 모아 새 판을 짜자’고 제의했다”고 말했다고 한 대표는 전했다.
정 고문의 경우 참여정부 탄생의 공신이면서도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1년4개월이나 복역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게 정설. 그가 5ㆍ31 지방선거 직후 고문단 회의에서 “선거에 참패했지만 이 정부는 앞으로도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한화갑 대표에게 “이러다 정권이 한나라당에 다 넘어가게 생겼으니 힘을 모아 잘해 보자”고 말했다는 것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정 고문은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와도 아주 가까운 사이다.
민주당의 성북 을 유세현장은 말 그대로 반노 세력의 집결지가 됐다. 23일 오후 2시30분 성북구 장위2동 장위 시장에서는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이 “조순형의 당선은 노 정권을 반대하는 세력의 승리이자, 탄핵주도세력에 대한 역사적 복권”이라며 지원유세를 했다.
22일에는 새정치연대 장기표 대표가 다녀갔고, 24일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인 김진홍 목사가 가세할 예정이다. 홍사덕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우리당 내부에서도 비노 세력의 물밑 동선이 포착된다. 한 원로 상임고문은 최근 청와대에 다녀온 뒤 노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절감하고, 주로 정동영계 초선 의원들에게 “젊은 의원들이 나서 청와대에 직언도 하고 통합의 분위기도 살리라”고 주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가 김한길 원내대표의 대선후보 ‘오픈프라이머리(100% 국민경선제) 검토’발언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당 전남출신의 한 초선도 “주변 의원들이 민주당과 접촉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전남ㆍ광주에서 양당이 합치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으며 최소한 반 한나라당 연대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무성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통합에 부정적 입장이다.
이 같은 기류는 친노 세력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 출신으로 성북 을에 출마한 우리당 조재희 후보는 23일 “수구탄핵세력의 연대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조 후보는 “탄핵은 국민에 대한 반역이었으므로, 다국적군의 야합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요즘 같아선 당에 친노 세력만 남고 80명 이상의 의원들이 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가 황당한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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