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는 희한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전 국민의 임금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과 퇴직 공무원, 공조직 근무자 등 1억 2,000만명의 임금이 곧 인상된다. 반면 보수 수준이 높은 독점기업의 임금 인상은 억제되기 시작했다.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장 이후 강조돼온 평등 정책이 정점에 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 성장·평등 지향 반복하는 중국
하지만 중국인들은 이 분위기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기껏 내년 가을 공산당 17차 당대회까지라고 본다. 여러 지도자를 체험한 중국인들은 후 주석이 당대회 이후 집권 2기에는 국정 스타일을 바꿔 성장 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를 돌아보면 이런 관측은 일리가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집권 직후 마오쩌둥(毛澤東)의 과오를 시정하면서 개혁개방을 위한 기초를 놓다가 80년대 중반부터 성장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후 등장한 장쩌민(江澤民)도 권력기반을 닦은 뒤 90년대 중반 서부대개발 등 대역사를 벌였다.
결국 중국 지도자들은 집권 1기에는 전임자의 과오를 시정하는 부정의 시대를 보내다가 집권 2기에는 인민의 삶의 수준을 올리는 일에 매달렸다. 단순히 말해서 좌편향의 시기와 우편향의 시기가 번갈아 나타났다.
성장지상주의를 보낸 뒤 웃자란 보리를 밟아주듯 평등을 강조해온 이런 패턴은 중국 사회에 건강함을 불어넣었다. 이는 서구 관점에서 본다면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는 중국 현실정치의 건재함을 설명하는 이유도 될 것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 지식인 상당수는 장쩌민 시대의 부정적 유산을 치유하는 후 주석에게 후한 평점을 매긴다. 중국 정치의 이런 단면은 안정적 국가운영의 중요성과 예측가능한 정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이런 각도에서 한국의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얼마나 유효한지를 생각해볼 때가 됐다. 87년 개헌 이후 한국 정치는 줄곧 전임자의 잘못을 시정하는데 전력하거나 과거에 얽매여,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과 분배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국정 운영도 이뤄지지 않았다. 얼마 전 정부가 분배를 강조하자 한 야당 의원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킨 장본인이 마치 분배 문제의 심각성을 처음 발견한 사람처럼 떠든다”고 비판한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한다. 집권자에게 집권 2기라는 훗날이 없는 상황이 이런 현실을 낳은 여러 요인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 5년단임제 고민해야 할 한국
지식인사회 일각에서는 87년 개헌 이후 시기를 ‘87년 체제’로 부른다. 이들은 87년 체제를 선진적인 민주주의와 개발독재시대의 유산 등이 뒤엉킨 모순으로 규정한다. 이런 87년 체제가 국가 운영에 효율적인 기제인지를 ‘근본주의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10년간 바닥을 헤매던 일본은 국가 운영의 혁신을 위해서 개헌 등 가능한 모든 화두를 꺼냈고,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이영섭ㆍ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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