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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딴나라에 사는 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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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딴나라에 사는 한나라

입력
2006.07.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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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수해 골프'로 뭇매를 맞고 있다. 경기도당 간부들이 20일 수해 지역인 강원도 정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당이 스스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무려 10% 포인트나 떨어졌다고 한다.

지지율 하락은 7ㆍ26 재보선에서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4개 선거구 모두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단연 선두를 달렸으나 골프 파문 후에는 한 곳에서 2위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이번 파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수해 골프 참석자 징계 방안을 논의한 당 윤리위의 한 의원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론이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의 병적기록부 조작 의혹은 대충 넘어 갔으면서 이번 사건에만 달려들어 너무 물어 뜯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안의 경중을 잘 따져 보도해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한 핵심 당직자도 23일 "당의 현지 조사 결과를 들어 보니, 참석자들이 VIP용 스위트룸이 아닌 온돌방에서 잤고 식사도 허름한 식육점에서 했다고 한다"면서 "하필 수해 때라서 그렇지 골프를 참 건전하게 쳤던데…"라고 강변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았다. '호화 골프' 여부를 떠나 정치인들이 수해 지역 한복판에서 한가하게 "굿 샷!"을 외치는 염치 없음에 국민들이 허탈해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다면 당 지도부가 윤리위 기능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아 봐야 정치적 쇼에 불과할 뿐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뒤 혹시 '딴나라'에서 살듯이 민심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치부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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