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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함성 떠나간 2002 월드컵 경기장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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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함성 떠나간 2002 월드컵 경기장의 현주소

입력
2006.07.2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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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이거나 보물단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영광의 무대였던 전국 10개 월드컵경기장들의 현주소이다. 서울경기장 등 일부 경기장 등은 흑자기조가 정착된 반면 상당수 경기장들은 당초 예상대로 수십억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특히 대구 광주 대전 전주 부산 경기장 등은 관리비가 그대로 적자로 연결돼 지방재정마저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 돈 먹는 하마’로 지방재정의 큰 짐이 되고 있는 경기장 운영의 문제점과 이유를 짚어보고, 새로운 마케팅방식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한 경기장의 모범적인 사례를 살펴본다.

■ 오리알

▲ 임대뿐인 단순한 수익구조 울산문수경기장은 2004년 11억1,700만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억5,800만원의 적자를 내는 등 2002년한일월드컵 이래 매년 10억여원의 적자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문수경기장 측은“그린벨트에 건설돼 수익사업은 회의장 예식장 매점 등만 가능하다”면서“시설 설치를 제한하고 있는 도시공원법의 개정을 정부에 건의해 놓고 있으나 법개정이 어려울것같아 난감한 상태”라고 말했다.

2002한일월드컵때 월드컵 첫 승전고를 올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월드컵경기장)도 해마다 17억~18억원의 관리비가 투입되고 있다. 반면 수익은 프로축구팀 부산 아이파크의 홈구장사용료 1억여원에 몇 개 임대시설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전부여서 관리비가 그대로 적자로 쌓이고 있다.

더구나 2015년부터는 건설비 2,200억원 가운데 지방채 1,007억원의 이자상환이 시작 돼 누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천막지붕으로 돼있는 부산경기장은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때 개당 2억원의 천막패널 10여개씩이 찢어져 20억여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지난해 입주한 대형 할인매장 홈플러스로부터 임대료 10억여원을 받아 겨우 1억5,000여만원의 흑자를 냈으나 이게 없었다면 적자규모는 더욱 늘어날뻔 했다.

연간 관리비가 20억원이나 들어가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은 2004년 7월∼2005년 7월 인라인스케이트장 임대료로 고작 2억3,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지금까지 K리그 상무팀 경기와 조용필, 조수미 등 대형 가수 공연이 몇차례 있었으나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조만간 골프연습장과 롯데마트를 끌어들이는데 성공, 내년부터는 40억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대전경기장 역시 적자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수입이라고는 수영장 등 일부 체육시설과 프로축구경기 등 임대료가 고작이어서 매년 20억원 운영비의20∼30% 밖에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는 적자탈출을 위해 경기장을 시설관리공단에 위탁운영하는 한편 그린벨트로 묶인 입지를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결과를 낙관하지는 못하고 있다.

▲ 서툰 운영에, 상인반발도 전주월드컵경기장은 법적 공방에 시달리고있다. 전주시는 대중골프장과 예식장, 사우나 등3개시설을 임대해주면서 올해 33억3,000만원의 수입을 기대했으나 임차인들이 2억6,000만원만 내는 바람에 시설관리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시는 지난해 4만9,000평의 주차장 부지에 9홀 규모로 조성한 대중골프장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경기장내 클럽하우스 설치문제를 두고 법정다툼이 벌어져 단 한푼의 임대료도 건지지 못했다.

대구월드컵경기장은 3년간 무려 87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때문에 엄청난 임대료가 보장되는 할인매장을 유치할 계획이나 주변상인들이 반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인천문학경기장 역시 매년 20억원 안팎의 적자를 메워보려고 상업시설 유치를 계획중이나 인근 신기시장 상인 등 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보류중이다. 인천경기장 관계자는“공연시설 등을 운영중이지만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면서“넓은 매장과 주차장 확보가 용이해 대형할인점 입주가 제격

이지만 이 또한 지역상인 반발로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주, 대전경기장 등 일부 경기장은 접근성이 떨어져 수익사업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한 월드컵경기장 관계자는“싼 땅값을 이유로 너무 외곽에 짓다 보니 교통이 불편하고 유동인구가 적어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월드컵경기장은 축구관련 사업으로 수익성을 높여야 하지만 프로축구 기반이 취약한 우리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이웃 일본도 삿포로 등 야구를 겸하는 일부 경기장을 제외하고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여러 시설을 운영하는 시설관리공단이 월드컵경기장을 운영, 다른 시설분까지 떠안아 적자가 부풀려질 수 있다”면서“공공성이 강한 경기장을 수익에만 매달려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 황금알

월드컵경기장중에는보물단지처럼활용되는 곳도 있다. 서울·제주·수원 월드컵경기장 등은 다양한 업종 유치와 문화공연시설 등으로 활용하면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81억1,100만원의 매출을 올려 103억7,300만원을 순수익으로 남겼다. 순수익 규모는 2003년 59억8,200만원에서 2년 사이에 무려 73.4%가 증가했다. ‘황금알을 낳는거위’라고 부를 만하다.

상암경기장의 성공은 어디에서 온 걸까. 우선 철저한 준비다. 2001년에 완공된 상암경기장은 부지가 확정됐을 때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를 대비했다. 서울 서북부지역의 상권을 치밀하게분석, 경기장에 입점시킬 업종까지 선정했고 경기장 설계에도 이를 감안했다. 경기장 3층 스탠드아래 1·2층 둘레의 공간 2만2,300여평을 ‘월드컵몰’로 만들어 2003년 대형할인점과 10개 상영관을 갖춘복합영화관, 대형사우나, 예식장등 각종 편의시설들을 유치했다. 이 시설들은현재연120여억원의 임대료 수익을 올리는 핵심수익구조다.

‘최고의 스포츠·문화 복합공간’으로의 활용하는 등 수익창출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2004년 세계적인 대형 오페라 ‘투란도트’를 주경기장 무대에 올린 후 대형 공연을 유치했다. 올해도 9월22일 공연예정인 빈 필 하모니오케스트라 연주회 등 2~3개가 기획되고 있다. 또한 올해 독일월드컵 경기응원전에서는 경기장을 대기업과 방송사에 임대해줘 한국경기 3일간 대관료로 9억여원을 받았다.

‘책임경영’을 도입한 것도 눈에 띈다. 서울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월드컵경기장 사업단장은 매년초 경영목표를 세운 후 경영계약을 맺는다. 사상 최대 성과를 올린 지난해에는 직원들에게 평균 50만원의 성과급이 돌아갔다. 올해 매출목표는 183억여원이다.

상암경기장은 미래 수익구조 창출에도 골몰하고 있다. 현재의 시설과 프로그램으로는 수익이 꼭짓점에 왔다는 인식에서 e-스포츠를 유치할 계획이다. 지난6월 스타크래프트등 3개종목 12명으로 이뤄진 아마추어 게임구단을 창단했다. 상암경기장을 세계적인 ‘e-스포츠 메카’로 만들어 지난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10만여 관중을 동원했던 세계게임대회와 같은 대회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과 제주월드컵경기장도 경기장을 복합문화공간화하면서 만성적자에서 탈출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은 매년 2억~3억원의적자를 내다 지난해 92억8,0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려 처음으로 9,000여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단순한 임대시설에서 탈피, 쇼핑·문화·체육 복합시설로의 변신이 주효했다.

2004년 4차원 영상체험관 ‘익스트림아일랜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제주워터월드, 7개 상영관을 갖춘복합영화관, 닥종이인형박물관, 세계성문화박물관 등 5개의 시설이 들어서면서 향후 20년간의 고정 수익원이 확보됐다.

2년간 2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던 수원월드컵경기장은 국내 최초로 잔디보호용 매트를 제작해 MTV콘서트, 조용필콘서트, 만추콘서트 등 대형콘서트를 유치해 흑자로 돌아섰다. 또 월드스포츠센터 운영수익으로 48억원을 받아 지난해 처음으로3억8,000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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