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임기응변식 조세정책이 ‘동일가격 동일과세’라는 과세의 기본원칙과 상식을 깨면서 국민의 조세저항을 자초하고 있다.
23일 전국의 시ㆍ군ㆍ구에 따르면 같은 크기, 동일한 공시가격의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7월 부과된 재산세액이 수십만원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재산세를 받는 일선 지방자치단체에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지만 정작 지방세정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는 “일선으로부터 보고 받은 적이 없어 현재로선 전체 규모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태평한 반응만 보이고 있다.
실제 5월 서울 성동구의 33평형 S아파트를 구입해 이사한 A(45)씨의 올해 아파트 재산세액은 58만9,500원으로 2004년 이전부터 옆집에 살고 있는 B씨(40만8,250원)보다 무려 18만1,250원이 많았다. 건설교통부가 5월 발표한 두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3억6,600만원으로 똑같다.
최근 신축돼 올해 처음 재산세가 부과되는 신축아파트의 경우도 같은 공시가격의 다른 아파트보다 재산세를 더 많이 내야 한다. 올해 초 입주한 성동구 34평형 D아파트의 경우 건교부 공시가는 2억9,600만원으로 재산세액은 43만2,000원이다. 앞의 B씨에 비해 아파트 공시가는 7,000만원이나 싸지만 재산세는 2만3,750원이 더 많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재산세 부과는 정부가 조세정책을 바꾸면서 일어나는 조세저항에 근시안적으로 대처한 데서 비롯됐다.
정부는 지난해 주택 재산세를 현실화하기 위해 과표기준을 기존 산출시가표준액에서 정부 공시가격(실제 시가의 80%)으로 바꾸면서 재산세액이 200~300%씩 폭증하자 조세저항을 우려해 지난해 1월 지방세법을 개정, ‘세부담상한제’를 도입했다. 세부담상한제는 올해 재산세액 증가분이 지난해 재산세액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택을 신규취득하거나 소유권이 변동돼 해당 주택에 대해 지난해 납부한 재산세액이 없을 경우 그 해 법령과 과세표준을 적용해 산출한 재산세 상당액(최초산출세액)을 기준으로 하도록 정했다.
이에 따라 소유권이 바뀌지 않은 B씨는 올해 공시가격(3억6,600만원)을 근거로 산출한 당초 재산세가 58만9,500원이지만 세부담상한의 적용을 받아 40만8,250원(지난해 최종세액 27만2,170ⅹ1.5)만 내면 된다.
A씨 경우 지난해 납부한 재산세액이 없기 때문에 지난해 국세청 공시가격(3억2,400만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최초산출세액 상당액 49만5,000원에 세부담상한을 적용하는데 이는 74만2,500원이다.
이 금액은 올해 최초산출세액보다 많기 때문에 그냥 최초산출세액(58만9,500원)을 내게 된다. 사실상 세부담상한제의 혜택을 못 받는 셈이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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