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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前서울시장, 봉사로 '대선 행보' 신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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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前서울시장, 봉사로 '대선 행보' 신고식

입력
2006.07.2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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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2일부터 23일까지 1박2일간 강원 평창군 진부면 수해지역에 내려가 구슬 땀을 흘리며 복구 활동을 도왔다. 하지만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었다.

그의 곁엔 함께 내려온 팬 클럽 연합 모임인‘MB프렌드’회원 80여명이 있었다. 여러 팬 클럽이 결성된 것은 오래 전이지만, 이 전 시장이 회원들을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장, 공무원 이명박’의 입장에서 이 전 시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그들과의 만남이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가 회원들과 공개적으로 동행했다는 것은 ‘차기 대선후보 이명박’으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뜻이다.

이 전 시장은 당초 21일 고향인 경북 포항을 방문하는 것으로 레이스의 닻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수해가 터지자 생각을 바꿨다.

장화에 작업용 바지 등 ‘전투복’ 차림으로 현장을 찾은 이 전 시장은 22일 오전 도착하자마자 회원들과 상견례도 없이 곧바로 복구활동에 들어갔다. 그는 종일 수해를 입은 농가의 흙을 퍼 나른 뒤 일과가 끝난 밤 9시가 넘어서 인근 두일 초등학교에 마련된 숙소에서 회원들과 첫 인사를 나눴다.

작업 중 당 안팎 정치현안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런 데서 말하긴 적절치 않다”며 일절 대답을 않던 이 전 시장이었지만, 숙소에 와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국가적 책무’를 언급하는 등 대권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은 “사회의 경쟁에서 패하는 사람들이나 선천적으로 경쟁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나의 소망은 그런 약자 편에 서서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전 시장은 또 “최고의 가난도 겪었고, 운동권 학생에서 샐러리맨, 기업인 등 젊어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지금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온몸을 던져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리곤 교실 바닥에 모포를 깔고 회원들과 함께 누웠다.

앞서 이 전 시장은 오전11시께 진부면 송정리의 1,700여평에 달하는 대형 비닐하우스에서 주민 김모(54)씨의 안내로 현장을 돌아봤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뒤편 야산에서 토사가 밀려와 수천 그루의 ‘파프리카’를 진흙이 뒤덮고 있었다. 이 전 시장은 인원을 나눠 배치한 뒤 삽을 들고 작업조에 뛰어들었다.

어지간히 일이 마무리될 무렵, 이 전 시장은 “할 일이 하나 더 있어”라며 회원들을 불러 모았다. 또 비가 와서 토사가 내려올 때를 대비해 비닐하우스 뒤 편에 따로 수로를 만들고 간이 제방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높이 50㎝ 너비 5㎙의 간이 사방댐이 만들어졌다.

이 전 시장은 “이것도 작은 청계천이야. 무엇보다 정확한 예측과 걸맞은 준비가 최선이지”라고 말했다. 23일에도 진흙을 파내고 물건을 옮기는 일이 거듭됐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 전 시장은 “힘들지. 하지만 이 사람들을 봐. 서로가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목표를 갖고 일하니까 힘이 들어도 갈등 없이 일하잖아. 우리도 목표를 갖고 일하면 갈등을 극복할 수 있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당 간부들이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쳤다니 정신 없는 사람들이야”라며 “그 사람들 수해지역에서 몽땅 자원봉사를 시켜야 해”라고 일갈했다.

평창=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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