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도 일부 지역에 비가 뿌렸지만 큰 비는 일단 그쳤다. 전국을 할퀴고, 특히 강원 산간 지방에 깊은 상처를 안긴 물난리 뒷수습에 나선 민ㆍ관ㆍ군의 땀방울이 굵다. 전기와 전화가 복구되고, 마을을 덮은 토사가 걷히고, 끊어진 길도 이어지고 있다.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러나 단순 복구로는 수재 이전의, 언제고 물난리를 맞을 수 있는 상태로 되돌아 갈 뿐이다. 언제까지고 그런 제자리 걸음을 거듭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잠시 시끄럽던 이런저런 수방 대책 논의가 벌써 시들해지는 듯해서 걱정스럽다.
우리는 뼈아픈 인적ㆍ물적 피해를 통해 얻은 교훈을 살려 이 기회에 땜질 차원이 아닌, 근본적 수방 대책을 다듬을 것을 거듭 촉구한다. 이번 물난리를 통해 확인된 몇몇 방재대책 성공사례는 값지다.
하천 폭과 교각 사이 거리를 넓혀 650㎜의 기록적 폭우에 버틴 마을, 사방댐 덕분에 수해를 피한 마을, 대대적 하천 정비로 상습 수해지역에서 벗어난 마을 등이 화제가 됐다. 지역 특성을 살린 지자체와 주민의 '소규모 치수' 성공 사례는 산간지역 수해의 특징인 인명 피해를 막는 데 효율적이었다. 철저히 연구해 확산시켜야 할 성공사례다.
아울러 '대규모 치수'도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 일본은 1995년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구조물의 내진강도 기준을 전면적으로 끌어올렸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기상변화가 한결 급격해지고 있는 만큼 우리도 '100년 빈도'가 아니라 '200년 빈도' 의 호우를 건설 기준으로 삼는 등 질적 변화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500년 빈도'의 홍수에 견딜 둑은 없고, 둑이 터질 때의 피해는 파멸적이다. 따라서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는 불편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손실은 감내하더라도, 생명과 사회 기반시설만은 지키겠다는 새로운 수방개념도 논의해야 한다. 비가 그쳤다고 그만 둘 논의가 아니다. 올해 태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장마도 내년이면 다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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