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레바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레바논

입력
2006.07.21 23:53
0 0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지 63년, 충청북도 만한 땅덩어리(10만 452㎢)에 인구 357만. 15년 간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의 상처가 아직도 말끔히 가시지 않은 작은 나라 레바논이 10일째 전쟁에 신음하고 있다. 사망자만 330명을 넘었다고 한다. 대부분이 무고한 민간인이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인질로 잡은 데 대한 보복이자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바다에 날린 7발의 미사일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0일 만에 제재 촉구 결의를 통과시킨 것에 비하면 이스라엘의 침략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무능하다 못해 비정하다.

■ 미국이 나서서 골리앗 편을 드는 바람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하기야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레바논 정부군을 다윗에 비교하는 것조차 쑥스럽다.

위키피디아 사전의 최신 자료에 의하면 레바논군은 7만5,000 병력이 있기는 하지만 공군이라야 전투기 한 대 없고 훈련기 수준의 헬기 34대, 해군이라야 경찰 경비정 수준의 초계정 7척과 상륙정 2척뿐이다. 핵탄두만 200~400기를 보유하고 있고, 육해공으로 레바논을 봉쇄하고, 자체 개발한 공중 조기경보기를 외국에 판매하는 이스라엘과 어떻게 상대가 될 것인가.

■ 레바논은 한때 중동의 금융 중심지로서'중동의 스위스'로 통했고,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로 일컬어졌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10여개 종파가 오랜 기간 공존해 왔기 때문에'모자이크 국가'로, '종교 박물관'으로도 이름 높다.

레바논의 명성이 깨진 것은 1975년부터 90년까지 15년간 계속된 내전 때문이다. 이 기간에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시리아가 끼어들자 이스라엘도 레바논을 점령했다. 그 결과 10만 명이 죽고 10만 명이 부상했고 관광 등 경제는 엉망이 됐다.

■ 레바논 사람들은 페니키아의 후예답게 장사에 능하고, 대부분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영어가 잘 통한다. 중동에서는 터키와 함께 가장 유럽적인 국가다. 작년 4월과 5월 남부지역에 주둔하던 시리아와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철수하면서 관광도 되살아나고 외국인 투자도 늘어났는데 그런 희망이 이번 전쟁으로 다시 망가졌다.

레바논이라는 말은 아람어로'희다'는 뜻이다. 최고봉 레바논산(해발 3,090m) 꼭대기가 만년설로 덮여 하얗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전쟁에 신음하는 사람들은 그런 하얀 희망을 언제 되찾을 수 있을까.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