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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성 안의 또다른 욕망 '여자가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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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성 안의 또다른 욕망 '여자가 되고파'

입력
2006.07.2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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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반대의 성(性)을 경험해 보고 싶은 욕망은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쯤 가져 봄직한 상상이다. 허나 다양한 사회적 금기 탓에, 그 욕망을 ‘표현’하거나 심지어 ‘실행’하는 것은, 본적을 화성에서 금성으로 옮기는 것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일.

미술계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의 ‘꽃미남과 여전사’는, 그러나 금기를 깨는 이 같은 시도가 사실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틈틈이 그리고 꾸준히 있어 왔음을 증명하고 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석상, 중국 당나라의 그림, 루벤스의 종교 벽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예술작품 속에 스며든 남성성과 여성성의 결합에 주목한다. 그리고 아도니스, 나르키소스, 바이런, 제임스 딘 등 남성을 벗어 던진 ‘꽃미남’ 계열의 남자들을 소개하고, 아마존, 잔다르크, 조르주 상드, 마돈나 등 남성성의 갑옷으로 무장한 ‘여전사’ 계보를 분석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부드럽고 감성적인 남성상, 능력 있고 성취욕 강한 여성상이 오늘날 주목받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족보’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메트로섹슈얼’이나 ‘콘트라섹슈얼’은 용어만 없었을 뿐이지 인류 역사에서 ‘호모섹슈얼’만큼이나 오래된 현상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폭 넓은 사례와 다양한 예술작품을 실례로 들면서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다른 성으로의 변신에 대한 갈망은 자연스러운 야누스적 본성의 발로라고 말한다. ‘트랜스섹슈얼’을 향한 바람은, 입대 일자를 코앞에 둔 심란한 남자들이나 밤 9시 통금을 맞춰야 하는 엄부시하의 여자들에게나 해당하는 일시적 욕망만은 아닐 것이다.

두 권의 책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200여 점에 이르는 ‘올 컬러’ 명화 감상의 기회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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