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휴대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은 모토로라의 '레이저', 노키아의 'N' 시리즈처럼 세계 시장을 휩쓸만한 스타 휴대폰이 없는 것이 최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2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은 하락한 반면 외국업체들은 점유율이 늘어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업체들이 히트 상품 위주로 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는 점을 감안, 국내 업체들도 스타 휴대폰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2분기 세계시장에서 2,63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1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순위(3위)는 변동없지만 2,900만대를 팔아 12.8%를 기록한 전분기보다 판매량과 점유율이 모두 줄었다.
LG전자는 더 심각하다. 2분기 판매량과 점유율은 각각 1,530만대와 6.5%를 기록, 전분기의 1,560만대, 6.9%보다 떨어지면서 순위마저 4위에서 5위로 밀렸다.
같은 기간 외국업체들은 놀라운 약진을 했다. 특히 모토로라의 활약이 눈부셨다. 2위업체인 모토로라는 전분기 4,610만대보다 늘어난 5,190만대를 팔며 시장점유율이 20.4%에서 22.1%로 늘어났다. 삼성전자와 격차도 더욱 벌려놓았다.
5위업체였던 소니에릭슨도 이 기간 1,570만대를 판매해 1,330만대의 전분기보다 점유율이 5.9%에서 6.7%로 늘어나며 LG전자를 제치고 4위로 상승했다.. 부동의 1위인 노키아는 시장점유율은 33.3%로 전분기와 똑같지만 판매량은 1분기 7,510만대에서 2분기 7,840만대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업체들의 약진을 스타폰의 성공에서 찾고 있다. 모토로라는 2004년 7월에 처음 선보인 '레이저'를 2년 동안 5,000만대 이상 판매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LG전자의 휴대폰 전체 판매량인 5,490만대에 육박한다.
레이저가 워낙 잘 나가다보니 모토로라는 지난해 핑크색 모델에 이어 이번달에 초록색 모델을 선보이는 등 색상을 바꿔가며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다.
노키아도 마찬가지다. 노키아는 저가폰 위주 업체라는 인식과 달리 프리미엄급 고가폰인 'N'시리즈의 판매량이 전분기보다 60% 늘었다. 노키아는 벨소리만 들으면 노키아 제품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노키아 벨소리'로 사운드 마케팅을 펼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소니에릭슨도 과거 소니의 히트 상표였던 '워크맨' 브랜드를 적용한 고가의 뮤직폰 '워크맨폰'이 크게 성공하며 1분기 250만대, 2분기 390만대 등 상반기에만 640만대를 판매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04년 내놓은 '블루블랙폰' 이후 이렇다할 스타폰을 내놓지 못했다. 신흥시장 위주의 저가폰보다 프리미엄폰 위주의 고가폰 전략을 펼치는 삼성전자로서는 스타폰의 부재가 뼈아픈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블루블랙폰 이후 지난해 스타폰을 출시했어야 했다"며 "3분기에 스타폰으로 꼽고 있는 울트라 슬림폰 등 전략폰이 나오면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전략폰으로 밀고 있는 '초콜릿폰'이 5월부터 유럽에 풀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스타폰 싸움에 합류하다보니 상반기는 고스란히 비용을 소모하는 마케팅 활동에 쏟아부었다. LG전자 관계자는 "3분기 이후에는 초콜릿폰으로 마케팅 비용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외 합쳐 100만대를 생산한 만큼 곧 200만대 생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이 쉽지 많은 않다. 모토로라도 조만간 '레이저'의 뒤를 잇는 '레이저2'를 출시하는 등 외국업체들도 각각 스타폰 후속 모델을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국내외 업체들의 스타폰을 둘러싼 시장쟁탈전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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