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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최대 위기

입력
2006.07.2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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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노동자 단체인 민주노총이 ‘포스코 사태’ 등 동시다발적인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민노총이 측면 지원해 왔던 포항 건설노조는 21일 성난 여론과 경찰의 강경 대응에 밀려 포스코 본사 불법 점거를 풀고 백기 투항했다. 장기 파업으로 수출 중단 등 국민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여론의 압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울산의 민노총 지역본부는 지역 노동현안 해결을 요구하며 이례적으로 울산시를 상대로 총파업을 벌이다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19일 서둘러 파업을 접었다.

일련의 사태로 민노총은 지도부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도부는 불법 점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짐에 따라 노조원들을 설득해 포스코 본사 건물 밖으로 끌어내든지, 포스코나 전문건설협회를 협상장에 불러 앉혀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도부가 포스코 사태와 관련해 취한 조치는 항의 집회 개최와 성명서 몇 장이 전부였다. 이에 따라 지도부의 전략 부재와 무능한 리더십을 비난하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여론도 차갑게 등을 돌렸다. 민노총이 과격 이미지를 벗지 못한 채 납득할 수 없는 파업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구를 안 들어준다고 ‘남의 회사’ 건물을 9일씩이나 불법 점령한 건 유례가 없다. 울산본부는 또 음식점협회 등 지역상공 업계가 현대차 파업의 중단을 요구하자 “현대차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할인점ㆍ식당 등을 이용 않는다”는 ‘소비파업’을 선언,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민노총은 그러나 21일 포스코 사태 관련 성명을 통해 “정권과 자본 보수 언론들의 야비한 공격에 노동자들의 분노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며 “건설노동자들은 자체 대의원대회를 거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새롭게 전열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등 거대 노조들이 합류한 산별노조를 앞세워 노동운동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다짐도 되풀이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힘든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민노총의 근본적인 위기는 바로 안일한 현실 인식에 있다. 여론의 질책을 일부 보수 언론과 자본가들의 ‘야비한 공격’으로 평가 절하하는 등 위기를 위기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의 한 전문가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민노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론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유연성”이라며 “조직의 위기 원인은 바깥 보다는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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