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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해지역에서 골프나 치는 거대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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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해지역에서 골프나 치는 거대야당

입력
2006.07.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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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집중 호우로 수해를 당한 강원 정선 지역에서 골프를 쳤다고 한다. 홍문종 도당 위원장 등이 두 팀으로 나눠 1박 2일 간의 일정으로, 그것도 평일에 골프를 쳤고 비용은 도내 사업자가 치렀다는 것이다. 집과 일터를 하루 아침에 앗긴 처참한 재난지역에서 거대 야당의 도당 지도부가 할 수 있는 짓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정선 지역은 수해가 가장 컸던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사람이 죽고 실종된 시신이라도 찾으려고 그 날도 헬기 수색이 한창이었을 곳에서 '굿 샷'을 외쳤다니 한 편의 블랙 코미디가 연상된다. 이들은 다음 날에는 복구 지원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변명을 달고 있다지만 위선과 가식이 더 한층 가증스러울 뿐이다.

지방 정부의 임기가 시작된 지 불과 20일 만에 벌어진 이 스캔들은 지난 선거에서 지방 구석구석을 차지한 일당 권력의 폐해와 도덕적 타락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단순히 당의 해이한 지방조직이 저지른 단편적 해프닝으로 봐 주기 어렵다.

수없는 수사(修辭)와 다짐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정신적 뿌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짐작케 한다. 오랫동안 몸에 밴 부패의 사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병리상태가 구조적 수준임을 알게 하는 사건이다.

얼마 전 새 대표를 선출했지만 한나라당은 희망과 미래를 선보여야 하는 수권세력의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전당대회가 대권주자의 대리전이었는지를 놓고 서로 삿대질을 해대는, 퇴행적이고 졸렬한 다툼만 계속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감옥 갈 사람들"이라는 망언이 나온 게 얼마 전이고, 이 달 재ㆍ보선의 공천은 기본 염치도 없는 마구잡이 식으로 이루어졌다. 상대 당 정권의 잘못이야 말할 나위가 없지만 이 정도면 오만이나 배짱도 아니다. 스스로 죽을 꾀만 내는 자멸의 수순이다.

북한 미사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집권 세력의 실정으로 온 나라가 휘청거리는 난국에 골프나 즐기는 야당 사람들이라니, 정말 갈 데까지 가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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