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21일 교도소 문을 나섰다. 그는 행형법의 ‘귀휴(歸休)’ 규정에 따라 25일까지 5일 동안 바깥 나들이를 허가 받았다. 결혼한 지 한 달도 안돼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셋째 딸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가는 그의 발걸음은 유달리 무거워 보였다고 한다. 김씨는 불법도청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구속된 지 10개월 만에 누구보다 아버지의 수감생활을 애타했던 딸의 시신을 마주하게 됐다. 아버지 재판에 자주 참석해 눈물을 흘리곤 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딸이다.
이날 아침 교도소측이 딸의 소식을 전해주자 김씨는 한참을 말을 잊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그동안 김씨가 충격을 받을까 우려해 딸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귀휴 신청을 머뭇거리다 유달리 애틋한 정이 많았던 딸의 마지막 길을 지키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딸은 19일 오전 8시40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아버지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아빠가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다. 지난달 24일 아버지 없는 결혼식을 올린 딸은 너무 울어 사진도 찍지 못했다. 건강이 나빠진 김씨는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신청한 형집행정지가 불허되자 “영어의 몸으로 식에 가고 싶지 않다”며 귀휴 신청을 포기했다.
감수성이 예민해 사건 이후 힘들어 한 셋째 딸은 14일 공판에서 신건, 임동원 두 전직 국정원장에게만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씩을, 김씨에겐 징역1년6개월을 선고했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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