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무대 바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진 것만큼 쉽게 더 갖고, 못 가진 만큼 더 가질 수 없는’ 이 버젓한 불합리는 극장 안에서도 통용된다. 즉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 기회란 단적으로 극장의 선점을 의미한다.
비교적 대관료가 저렴한 공공극장 공연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공연 경력이 풍부한 기획사가 확보할 확률이 높거나, 활동 이력을 제법 갖춘 주류 극단, 그리고 검증 받은 구성원들의 포함 여부에 따라 좌우되기 일쑤다. 공공극장에서 작업할 가능성이 이처럼 제한적이므로, 신생 극단이나 무명의 작업자들이 연극을 올리려면 대관료를 물고 사설 극장을 빌려야 한다. 문제는 대관료가 관객 수입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창작 의욕이 꺾이기 쉬운 고비용 제작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일년 전 저예산 네트워크 연극운동인 ‘100만원 연극 공동체’가 발족했다. 그리고 6월에서 8월 중순까지 세 달 동안 ‘5W 페스티발’을 열고 10편의 참가작 중 6편이 무대에 올랐다. ‘where, why, who, what, win’의 앞머리 ‘w’를 따온 이 축제명은 ‘어디로-전 세계 소극장 네트워크를 향하여, 왜-상업 논리에 대항하는 예술지향으로, 누구를-연극의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새로운 관객 창출을 위해, 그리고 연극사에 기념비적인 운동으로 남아 승리’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6월 6~8월 13일까지 대학로 마당세실 소극장에서 이어갈 연극 릴레이 ‘100만원 연극 공동체’의 ‘5W 페스티발’ 공연 목록을 살펴보면 고개가 외돌아 간다. ‘폭풍의 언덕’ ‘쐐기를 박아라’ ‘꿈’ ‘벽과 창’ ‘낙원의 길목에서’ ‘꿀맛’ ‘보석과 여인’ ‘소나무 아래 잠들다’ ‘몽, 네가 정녕 꿈이더냐?’ ‘보이첵 - 마리를 죽인 남자’.
참가작 면면은 다른 프로젝트의 일부였던 재공연 작품들이거나 기성의 공모제도 당선작, 오래된 대중극 레퍼토리 등이 대부분이다. 선언과 다짐의 새로움에 비해 공연 목록이 어쩐지 낡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페스티벌의 방만한 구성은 자칫 공동체 정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해관계의 이합집산으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슬로건과 선언들이 진정성을 확보하려면 아무래도 선명한 예술적 기치를 담은 레퍼토리 선정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극작ㆍ연극평론가 장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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