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개성관광 사업자 변경을 요구하며 1일부터 남측 인원의 개성시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북측은 지난해에도 사업자를 현대아산에서 롯데관광으로 바꾸기 위해 사업을 제안했다가 롯데관광이 응하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우리는 북측의 요구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관광까지 현대아산에 맡기면 현대측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자신들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을 유지하는 신의ㆍ성실의 원칙이다. 북측은 2000년 8월 현대측과 '경제협력에 관한 7대 합의서'를 맺고 개성관광사업 등 7개 사업의 독점권을 현대에 부여했다. 그 내막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측은 그 대가로 4억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개성관광 대가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1인 당 150달러라는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했다가 들어주지 않자 사업자를 바꿔 버리겠다고 나선 것은 경우가 없는 처사다. 이렇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약속을 헌신짝처럼 여긴다면 어떤 기업이 북측과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정부가 현대와 북측의 합의가 정당하게 이뤄진 유효한 계약이라며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다. 앞으로도 북측이 어떤 압박을 하고 나오더라도 물렁하게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대와 롯데관광측이 물밑 조율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는데, 두 기업이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조율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별개 문제다.
다만, 현대측이 개성관광 등 7대사업의 독점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혼자서 추진해 가기는 무리일 것이다. 두 기업이 잘 협조한다면 북측이 남측 기업들의 경쟁관계를 비집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민간기업들의 일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되겠지만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특수성이나 최근의 경색된 상황을 감안하면 개성공단 사업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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