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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 천황도 반대했던 야스쿠니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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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 천황도 반대했던 야스쿠니 참배

입력
2006.07.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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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히로히토 일본 천황이 A급 전범의 합사에 강한 불쾌감을 느끼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단했다는 내용의 육성 메모가 공개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자신의 참배 여부와 무관하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우익단체를 비롯한 일본 보수파에는 이만저만한 충격이 아닌 모양이다.

정치 문제에 대한 천황의 견해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일본에서 국내외적으로 매우 민감한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큰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그것이 구 일본군의 통수권자였고, 야스쿠니 신사가 '호국영령'으로 섬기는 전몰자들이 외쳤다는 '천황을 위해'의 당사자인 히로히토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메모 공개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론의 논리적 근거가 결정적으로 허물어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말을 감추었지만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를 비롯한 우파 정객들은 일본이 저지른 전쟁의 범죄성 자체를 부인하면서 참배의 정당성을 주장해 왔다.

전쟁 책임을 따지는 'A급 전범'과 같은 분류는 연합국이 도쿄 전범재판을 통해 강제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각국의 국립묘지와 비슷한 추모시설에 참배하는 당연한 행위를 두고 왜 다른 나라가 이러쿵저러쿵 하느냐고 도리어 한중 양국을 비난해 왔다.

그러나 메모에서 히로히토는 연례 행사였던 야스쿠니 참배를 갑자기 중단한 이유가 1978년 A급 전범 합사임을 분명히 밝혔다. 특정 전범의 실명을 들고, 합사를 주도한 야스쿠니 신사 궁사(주지 격)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전쟁의 기억을 최대의 불행이라고 언급해, 일반 전몰자는 물론 자신과 'A급 전범' 사이에 굵은 선을 그었다. 전쟁의 주요 책임자인 그들을 절대로 '호국영령'으로 기릴 수 없다는 명백한 의사 표시이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일본 사회가 야스쿠니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A급 전범의 분사를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우선 그에 앞서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참배 기도를 즉각, 그리고 영구히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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