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입학생을 광역자치단체 출신 중학생으로 제한하려는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전임 교육부총리가 2008년도 입학생부터 적용하려던 정책인데, 최근 신임 교육부총리 내정자가 그 적용시기를 2010학년도로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 정책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 입학지역제한정책이 결과적으로 외고와 일반고 사이에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이 정책을 입안한 목적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외고 학생들이 내신성적 때문에 고통받는 일을 줄여주며, 2008년도 대학 입시제도가 흔들리지 않게 하며, 보다 많은 학생들을 어문계열로 진학시키며, 광역자치단체장들의 무분별한 외고 신설을 사전에 막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 이 정책 하나로 이러한 여러가지 목적들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학생모집지역을 제한하더라도 우수대학에 진학율이 좋으면 우수학생들이 외고에 몰릴 수 있고, 그렇다면 이 학생들의 내신성적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비어문계열 진학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외고를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들의 핵심은 우수학생들이 명문대학 진학을 위해 외고에 집중되는 현상에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해결책의 접근 방향은 외고의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우수학생들이 비정상적으로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외고 정책에 관한 몇가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외고 학생들에게 어문계열 진학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이것은 외고 설립 취지와 다른 것이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다시 검토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에서 배운 외국어는 대학에서 어느 분야를 전공하더라고 유익하다.
또 학생들의 전공을 너무 일찍 제한하는 제도는 교육 목적에도 어긋난다. 만약 외고 학생들의 비어문계열 진학을 인정한다면 어학과목의 이수를 강요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어문계열 진학 희망자가 어학과목을 이수하더라도 입학시 가산점을 주지 않거나 최소로 줄여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학 어문계열 입학정원에 비해 현재의 외고 입학정원이 너무 크지 않은가? 대학 어문계열에는 일반 고등학교 출신들도 응시하고 있다. 외고의 신설 혹은 축소는 어문계열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외고의 비어문계열 진학 문제를 함께 생각하여 판단한다. 대학입학의 명문고를 양성하기 위해 외고를 신설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세째, 내신의 상대평가와 입시 50% 반영이 외고 때문에 흔들릴 수 있는가? 과연 명문 대학들이 교육부의 지침을 어기는 부담을 안으면서 외고학생들을 유치할 것인가? 과연 외고학생들은 명문 대학들이 매달릴 만큼 우수한 학생들인가? 명문 대학들은 내신 반영율 50%를 지키면 우수 학생들을 유치할 수는 없는가? 만약 이러한 것들이 사실이라면, 입학지역제한 정책이 이 흔들림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외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수학생들이 비정상적으로 외고에 몰리는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외고에 대한 특혜를 점진적으로 줄여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하여 외고와 일반고가 교육시스템으로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남기 전남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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