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Hynix) 반도체가 높이(high) 날고 있다.
한 때 10조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생사마저 가늠할 수 없었던 부실 회사였지만 지난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한 데 이어 이젠 '아주 괜찮은' 경영 실적을 내 놓으며 삼성전자까지 맹추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직원들도 기본급의 80%에 해당하는 실적 보너스까지 받았다.
특히 오는 10월 중국의 합작공장까지 본격 가동될 경우 하이닉스의 매출과 이익은 한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반도체 슈퍼 호황이 올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도 하이닉스에겐 호재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분기에 매출 1조6,700억원과 영업이익 3,870억원의 경영실적(해외법인 포함)을 올렸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할 때 각각 31%, 46% 증가한 규모다.
물론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2분기 매출 4조4,200억원, 영업이익 9,800억원과 비교하면 규모면에서는 38%, 39%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1분기 하이닉스의 매출은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의 33%에 머물렀기 때문에, 격차는 확실히 좁혀졌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매출성장률이 6%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1.1%나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질적인 면에선 오히려 더 낫다는 것이 하이닉스측 설명이다. 전분기 대비로도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의 매출은 2% 성장에 그친 반면 하이닉스는 15%나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삼성전자는 12.1% 감소한 데 비해 하이닉스는 8% 늘었다.
하이닉스의 이 같은 약진은 D램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데다 낸드 플래시 출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D램의 경우 후발 업체들이 90나노 공정으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D램 시장의 공급증가가 제한됨에 따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통상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가야 할 D램의 평균 판매가는 오히려 1% 상승했고, 하이닉스의 출하량도 20%나 증가했다.
낸드 플래시 역시 단가 하락 압력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 출하량을 84%나 늘림으로써 가격하락을 상쇄하는 매출증가를 달성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로써 하이닉스는 2003년 94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한 이래 12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하이닉스는 현재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시에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하이닉스가 67%, ST마이크로가 33%의 지분을 투자한 하이닉스ㆍST반도체유한공사는 이미 8인치 웨이퍼 라인을 준공한 데 이어 100월엔 12인치 웨이퍼 라인까지 완공, 연말에는 본격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반도체 슈퍼 호황이 현실화할 경우, 하이닉스가 옛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한편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이날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한 80억 달러, 순이익은 무려 57% 급감한 8억8,500만 달러의 부진한 실적을 내 놓았다. 세계 반도체 업계의 지각 변동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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