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익의 등락률. 전분기나 전년에 비해 이익이 얼마나 늘었느냐를 따지는 것으로 이익이 10%가 증가했더라도 비교 대상인 이전 시기의 증가율이 15%였다면 주가 하락 요인이 된다.
과거 우리 시장은 주로 이 부분으로 결정됐다. 경기 호황기에는 이익이 크게 증가하지만 반대로 경기가 나쁠 때는 고정비 증가로 인해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이익의 안정성이 떨어졌다는 얘기인데, 이 때문에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이익의 추세. 큰 그림에서 이익이 늘어나고 있느냐 줄어들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익이 늘어나는 기조에 있다면 분기별로 잠시 이익이 감소하더라도 주가가 상승한다. 작년에 우리 기업의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랐던 것은 시장이 이익 증감보다 이익 추세에 주목한 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경우를 찾을 수 있다. 미국 기업은 1982년까지 이익이 별다른 추세 없이 등락만을 거듭하다 83년부터 주당 순이익이 14달러에서 60달러까지 늘어났고 주가도 이익 증가에 필적할 만큼 상승했다.
이번 어닝 시즌에 발표되고 있는 기업 이익은 그다지 좋지 않다. 연초 환율 절상의 영향이 여전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는가 하면 해외 경기도 썩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익이 감소한다고 해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익 추세가 위로 향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추세가 꺾이지 않는 한 과거처럼 이익이 감소한다고 주가가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가 성숙하는 선진국형이 될수록 이익 변동보다 이익 추세가 주가를 좌우한다. 어떻게 보면 올 한 해가 우리 시장이 이익 추세를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하는지를 보여주는 기간이 될 것이다. 어떤 일이든 첫 발자국을 떼기가 가장 힘들다. ‘한국 시장이 변했다’는 말은 단지 주가가 네 자리 수에 안착했다는 의미를 넘어 시장이 이익에 대해 달라진 반응을 보인다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혼전은 그 시험대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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