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미일과 이산가족 상봉 중단을 불사한 북한 사이에서 낀 우리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걸어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국제공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과 남북 대화의 통로 유지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0일 “정부가 그간 민족공조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젠 명분도 실익도 없다”며 “북한과의 공조 수위를 낮추고 국제공조에 무게를 두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지금의 어정쩡한 태도는 미국과 일본에게도 공격 받고, 북한에게도 압력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며 “적어도 북한이 6자 회담에 들어올 때까지는 국제공조에 역점을 두는 대북 강경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미주 연구부 교수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기존의 2(미ㆍ일)대3(한ㆍ중ㆍ러) 구도에서 5(한ㆍ미ㆍ일ㆍ중ㆍ러)대1(북한) 구도로 바꾸는 게 관건”이라며 “미사일 사태가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데 우리 정부도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일의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무조건적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제재의 자체에는 공감하되 상황을 감안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 정도가 바람직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사태를 더 악화 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북한은 압박을 받을수록 끝까지 더욱 강하게 나올 공산이 크다”며 “결국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도록 공식ㆍ비공식 채널을 동원해 북한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일의 정책에 무조건 협조할 수는 없다”며 “미일측에 악 감정을 사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과의 협조를 복원, 대화에 나오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정(국제정치학) 연세대 교수도 “대화를 통한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북 제재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며 한국은 중국이 하듯이 대북 설득에 일정부분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우리가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지려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 국면에서 남북정상회담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의 외교 태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건영(국제정치학) 가톨릭대 교수는 “외교의 기본은 ‘모두 다 잘했다’는 식의 모호성인데 우리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북한의 태도도 잘못됐다고 하고 미국도 나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