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의 대북 제제 강화 움직임과 관련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등 남북경협사업이 우리 정부와 미일 간에 미묘한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민간주도의 이들 경협사업이 안보리 북한 결의의 규제요청 사항에 포함되느냐, 아니냐를 두고 양 측간 심각한 긴장이 형성될 조짐마저 보인다. 18일 대북 추가제재 방침을 전하기 위해 방한한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차관에게 청와대 당국자가 나서 이 사업이 안보리결의와 상충되지 않는다는 점을 새삼 설명한 것도 미국측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읽힌다.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안보리 결의 중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기술 및 자금의 이전 금지’를 요청한 4항이다. 안보리 결의가 채택된 16일 한 정부당국자는 “해석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고 짐작했는데, 실제 우리와 미일의 입장이 크게 어긋나는 기미가 짙어지고 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안보리 결의에 개성이나 금강산 얘기는 없지 않느냐”며 “과도, 축소해석해서는 안되고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안보리 결의안을 정확하게 해석해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말도 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WMD)와 무관하다는 게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 한 어떠한 자금이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자금이 아니라고 증명된 돈만 북한에 유입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와 미사일 자금으로 증명된 돈만 규제하는 것과는 천양지차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자금흐름이 투명하게 검증되지 않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이 논란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성공단과 관련해 미국이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임금(2006년 지급액 600만달러 규모)이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입주업체는 북한 당국에 임금 전액을 주고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장부상 사인만 받고 있는 것이다. 북측은 노동자들의 환전 어려움을 들어 우리측의 시정요구를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에드워드 로이스 공화당 의원 등 미국측 의원들이 방미중인 한미의원외교협의회 소속 우리나라 의원들에게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 자금원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금강산관광사업(2006년 지급액 1,200만달러 규모) 역시 북한의 수익금 사용처가 불분명하다. 북측으로 들어가는 자금에 대한 포괄적 규제 입장인 미일이 “안보리 결의안의 정확한 해석”을 요구하는 우리측과 충돌이 불가피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과도한 대응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것도 이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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