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은 20일 "우리나라 대기업 중에는 오너(소유주)라고 불릴 만한 총수가 없다"며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도 지분구조로 볼 때 전문경영인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초창기 참여연대를 이끌면서 소액주주 운동과 재벌개혁을 주도해왔던 장 학장은 이날 제주 롯데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제31회 최고경영자대학 강연에서 "재벌들의 경영권 세습을 당연시 해서는 안 된다"며 최근 재벌들의 경영권 상속 집착 움직임에 쓴소리를 했다.
장 학장은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그 가족의 지분은 3.5%에 불과해 이 회장은 오너라기 보다는 전문경영인에 가깝다"면서 "단지 이 회장이 우리사회에서 오너로서 용인되는 것은 경영성과를 내며 기업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가 절대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배구조를 갖춰야 하는 상장기업의 경영권은 사유물이 될 수 없다"며 "사유재산의 이전은 당연한 것이나 경영권 세습은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모든 것은 시장경쟁 원리를 인정하면서도 기업과 오너에 대한 도전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는 데 이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위협과 관련, 장 학장은 "우리 기업 경영권을 우리가 가져야 한다는 것은 국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사고"라며 "이런 폐쇄적이고 아전인수적인 시장경제 인식으로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의 경영권은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기업발전과 시장경제의 동력인 경영권은 경쟁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창업자나 우리나라 사람만 경영권을 가져야 하고 외국인 투자나 적대적 인수ㆍ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이 보호받아야 된다는 논리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버린이 SK㈜ 주식을 2년 4개월 보유했는데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주식 보유기간이 평균 6개월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소버린의 투자를 투기라고만 비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장 학장은 "경제 관료 조차 기득권화 돼 있는 등 기득권 세력의 개혁 저항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하며 "경쟁을 제한하고 폐쇄적 민족주의에 기반한 기득권 보호로는 선진 시장경제에 걸림돌이 된다"고 덧붙였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