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래간만에 공개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이날 통일부 정례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와 대화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북한의 태도는 잘못됐다”, “그렇다고 압박과 제재만으로 이 문제를 풀려는 움직임도 적절치 않다”며 북한과 미일 양쪽을 싸잡아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에게는 연타를 맞고, 미국과 국내 여론으로부터도 환영 받지 못해 사면초가에 몰린 이 장관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 장관은 우선 미국과 일본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질의 답변과정에서 “유엔 결의의 근본적 성격이 북에 대한 전반적 제재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결의 내용 어디를 봐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중단하라는 이야기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차관 방한 이후 불거진 미국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중단 압박을 사전 봉쇄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또 일본을 겨냥, “선제공격론이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이를 계기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일본 자민당에서 거론됐던 선제공격론이 결국 미사일 사태를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실현하는 재료로 쓴 것 아니냐는 반박이다.
반면 북한에 대한 이 장관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웠다. 그는 그 동안 쌀ㆍ비료 지원 재개 조건으로 설명했던 ‘미사일 문제의 출구, 즉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대신 한 자락을 더 깔았다. “(출구가) 6자회담 재개만으로 올지, 다른 양상으로 올지 장담 못한다”고 말해 북한이 꼭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또 쌀ㆍ비료 지원 유보 조치에 대해서도 “(미일 주도의)대북제재에 동참하려는 게 아니라 북한이 한국의 우려와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상황을 악화시킨 데 따른 우리의 독자적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결국 유엔 안보리 결의나, 미일의 압박에 신경 쓰지 않고 조건만 충족된다면 유보조치를 해제,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궁지에 몰린 이 장관은 남북관계 복원을 타개책으로 선택한 것 같다. 그러나 미일과 국내 보수진영의 반발이 예상돼 그의 행보는 험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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