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취소하고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허용 의사를 밝히면서 SK텔레콤과 KTF의 희비가 엇갈리는 등 'IMT-2000 서비스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기에 신규 서비스인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 차질 논란까지 더해지며 정통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텔레콤의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허용과 관련, KTF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력 반발하는 반면 SK텔레콤은 "이해할 만 하다"며 수용의 자세로 말을 아끼고 있다. 특히 양 사는 정책 일관성까지 거론하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위기여서 IMT-2000 서비스가 자칫 잘못하면 정통부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노준형 정통부 장관의 발표에서 시작됐다. 노 장관은 19일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 사업권 취소를 발표하면서 LG텔레콤의 기존 휴대폰 주파수 대역인 1.8㎓에서 영상통화가 가능한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노 장관은 "다른 사업자도 같은 서비스를 신청하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은 동기식 IMT-2000 사업 대가로 받은 2㎓ 주파수를 포기하는 대신 3,000억원 정도만 들여 기존 휴대폰용으로 사용중인 1.8㎓ 주파수에서 차세대 영상통화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수 조원을 쏟아부은 KTF는 "형평성에 어긋나고, 정책의 일관성도 저해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KTF는 화상통화용 HSDPA 서비스를 위해 별도의 2㎓ 주파수를 할당받으면서 사용대가로 1조5,000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고 지적했다. 이를위한 장비설치 비용까지 합쳐 총 3조~4조원이 투입될 것이란 게 KTF측의 설명이다.
반면 SK텔레콤은 "LG텔레콤이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못하게 된다면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며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 사의 입장이 뚜렷이 갈리는 까닭은 "다른 사업자도 같은 서비스를 신청하면 검토하겠다"는 노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새로 시작한 HSDPA와 함께 기존 휴대폰용으로 받은 800㎒ 주파수를 활용해 화상통화 서비스까지 할 경우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도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그대로 옮겨갈 수 있다고 KTF측은 우려하고 있다.
현재의 휴대폰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면 가입자들은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사업자들은 통신망을 별도로 구축할 필요없이 2,000억~3,000억원만 들여 추가 설비만 장착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SK텔레콤이 800㎒ 주파수에서 화상통화 서비스를 할 경우 신규 서비스에서도 기존 가입자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다. 이에 비해 HSDPA는 가입자들이 010번호를 새로 받아야 하며 1조5,000억원 이상의 망 구축 비용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SK텔레콤은 800㎒ 주파수를 활용한 화상통화 서비스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KTF는 여러가지 장점 때문에 서비스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가입자들은 번호를 바꿔야 하는 HSDPA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HSDPA 서비스가 차질을 빚게 돼 정통부의 010 번호통합정책 및 신규 서비스 육성 정책에도 어긋난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정책의 큰 방향은 경쟁촉진과 새로운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보이는 것"이라며 "기술변화나 시장 예측이 힘든 만큼 일부 문제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신청 및 개시 여부는 사업자 결정"이라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서비스를 인위적으로 막을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 HSDPA (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지난 5월에 SK텔레콤, 지난달 말에 KTF가 시작했다. 데이터 전송속도도 이론상 4.4Mbps로 빠른 편이어서 무선인터넷을 사용 할 때에도 기존 휴대폰보다 유리하다.
●주파수 대역 800㎒ 주파수는 SK텔레콤이 음성통화 위주의 기존 휴대폰 서비스를 위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 1.8㎓는 KTF와 LG텔레콤이 음성통화 위주의 기존 휴대폰 서비스를 위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 2㎓는 SK텔레콤과 KTF가 영상통화 위주의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HSDPA를 위해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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