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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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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 별세

입력
2006.07.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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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정인영 명예회장의 별세로 ‘영’(永) 돌림을 쓰는 현대가 창업 1세대 중에는 막내 정상영(69) KCC 명예회장과 정희영(81) 여사만 남게 됐다.

정 명예회장은 1980년 신군부의 사재 강탈과 뇌졸중 투병 등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딛고 일어나는 강인한 의지력을 보이며 기업을 이끌어왔다.

1920년 강원 통천군 송전면 아산마을에서 출생한 정 명예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으로 51년 형 정주영 명예회장의 요청을 받고 현대상운 전무로 입사하면서 현대와 인연을 맺었다.

고인은 53년 현대건설 부사장을 거쳐 61년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한 뒤 76년까지 대표이사로 15년 동안 재직하며 현대건설을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로 키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던 62년 10월 현대양행과 만도기계를 독자적으로 설립해 제조업을 시작했다.

중공업 불모지를 개척한 고인은 현대양행에 전념하기 위해 76년 현대건설 사장직을 내놓고 단일 공장으로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창원 종합기계공장 건설에 착수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을 경영할 당시에는 형과 경영방침을 두고 적지 않은 갈등도 빚었고 이것이 결국은 형제간 결별로 이어졌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고인은 과감한 불도저식 공격경영으로 97년 12월 외환위기로 그룹이 부도가 나기까지 한라그룹을 재계 12위까지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고인은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특유의 뚝심으로 다시 일어섰다.

고인은 한라그룹이 한창 발전하고 있던 80년 서슬 퍼런 신군부의 발전설비 통합 정책으로 현재의 두산중공업인 현대양행 창원공장을 정부에 넘겨줘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졸지에 당시 그룹 주력사인 현대양행을 빼앗기고 사업 기반을 잃었지만 고인은 다시 만도기계를 국내 최대 부품사로 키워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고인은 외환 위기 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한라건설을 중심으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최근 과거 주력사였던 만도 인수를 통한 그룹 재건을 노렸다.

정 명예회장 타계 후에도 한라건설은 현재의 정몽원(52) 회장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고인이 1997년 1월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물러나면서 차남인 정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며 후계 구도를 마무리 지었기 때문에 정 명예회장의 별세로 인한 경영권 변화는 없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라건설의 주식소유 분포도 정몽원 회장이 전체 주식의 16.47%(158만6,780주)를 소유해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고, 한라건설이 12.19%, 학교법인 배달학원 2.20%, 정 회장의 형인 정몽국(54)씨가 0.92%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국씨는 현재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4시께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정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정희영 여사를 비롯 고 정주영 회장의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6남 정몽준 의원, 7남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이사회 의장, 고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선 현대시멘트 회장, 2남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아들 정몽규 회장, 정상영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 KCC 회장 등 범 현대가 인사들이 거의 모두 집결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이날 빈소에 나타나지 않고 대신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조문했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정ㆍ재계 인물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고 정인영 명예회장의 발인은 24일 오전 9시이며, 장지는 경기 양평군 양수리 선영이다.

김 혁 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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