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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단골 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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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단골 미용실

입력
2006.07.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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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만사 제치고 미용실엘 갔다. 그 전에 거울을 보고 흰머리를 뽑았다. 미용실 총각한테 흰머리를 보이는 게 싫어서다. 그런데 깜짝 놀랄 정도로 흰머리가 늘었다. 그걸 뽑노라니, 눈도 피로하고 팔도 아프고 고되 흰머리가 더 생기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미용실 총각의 물음에 나는 앞머리를 자르는 게 나을까 아닐까, 파마를 굵게 할까 잘게 할까 갈팡질팡하다가, 알아서 해 달라고 했다. 그는 미더운 미용사다. 내 머리를 다듬으며 그가 자기 어머니의 인사를 전했다. 그의 어머니는 미용실을 아들에게 넘겨주고 전북 부안에 내려가 새로 미용실을 열었다.

문득 예쁘고 정직한 얼굴의 그녀가 보고 싶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미용 세미나 때문에 서울에 오고 그 참에 아들 미용실에 들른단다. "그럼 식사라도 한 번 하면 좋겠네요." 내 제의에 그는 어머니가 바빠서 자기와도 밥 먹을 시간을 못 낸다고 했다.

"부안은 스산해요." 방폐장 시설은 들어서고 새만금 사업은 폐기됐으면 부안 주민한테 얼마나 좋았을까, 그는 안타까워했다. "엄마 미용실은 잘 되나 봐요." 다행이었다. 솜씨 좋고 센스 있고 다정하고 자존심 강한 그녀를 보러 부안에 가고 싶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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