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외교 안보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북한으로부터도, 미국과 일본 등 전통적 우방으로부터도 환영 받지 못하고 상호 틈새만 벌어지는 형국이다. 그 동안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긴장완화,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라는 목표는 어느 것 하나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총체적 정책 실패 한국 정부는 5일 북한이 미사일 7기를 발사하기 전 세 차례에 걸쳐 발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미사일을 발사하면 쌀 지원이 어렵다”는 경고도 전달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발사를 막지 못했다. 2000년 이후 북한과 쌓은 신뢰도 소용 없었고, 경고도 먹히지 않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쌀ㆍ비료 지원 보류를 발표했지만, 돌아온 답은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중단 통보였다. 정부는 “예상했던 수순”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막 나가는 북한을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은 면치 못하게 됐다.
한국과 미일간 대북공조 엇박자도 심각하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압박과 제재 만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9일 “불필요한 긴장과 대결국면을 조성하는 일각의 움직임”이라는 표현으로 미일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칼 자루를 쥔 미국과 일본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금융과 무역부문에서 추가 제재를 추진하며 북한을 옥죄고 있다. 우리 정부의 메시지는 미일에게도 먹히지 않는 것이다.
해결책 있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0일 브리핑에서 “당분간 남북관계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쌀 비료 지원 카드는 이미 써버린 상태. 그렇다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중단할 수는 없다. 남북관계의 생명 줄이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것은 막후 대화를 통해 북한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길인데, 참여정부 이후 정부의 비공식 채널 정리로 인해 현재 가동되는 막후 통로는 없다는 게 정설이다.
게다가 여론도 좋지 않다. 정부는 그 동안 쌀ㆍ비료 문제를 인도주의 범주에 해당하는 ‘성역’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사일 발사라는 정치적 사안에 연계해 지원을 보류했다. 때문에 정부의 원칙 없는 오락가락 행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진영은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중단 통보 이후 화살을 정부의 무능에 맞추고 있다. 정부는 어디에도 우군이 없는 외톨이 신세가 됐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정부 외교안보 책임자에 대한 물갈이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종석 장관을 교체하면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그의 경질은 김대중 정부 이후 이어진 대북 포용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부를 수도 있어 부담이 크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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