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조류독감 파문이후 닭고기 값 급등은 업자들의 담합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은 1년 4개월 동안 닭고기 가공비용을 담합 인상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렸지만, 닭고기 소비가 90% 줄어 상당수 업체가 부도를 내고 농장주인이 자살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던 점이 고려돼 과징금 액수는 크게 삭감됐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하림 마니커 등 국내 닭고기 공급업체들은 2004년 3월부터 사장단 모임을 갖고 생닭 가공비용을 1㎏(평균 닭 한마리) 당 201원(21%) 가량 올리고 출고량을 조정했다. 처음엔 4개 주요 업체만 참여했으나 곧 16개 업체 전체가 참여했고 25차례의 회의를 열어 담합을 이어갔다. 담합이 이뤄진 1년4개월간 5억 마리 이상의 닭이 공급된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업체가 챙긴 부당이익은 5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 기간 실제 닭고기 도매값은 ㎏당 1,853원에서 2,722원으로 올랐다.
공정위는 조류독감으로 닭고기 수입이 금지돼 가격이 오른 측면도 있어 정확한 부당이득은 산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16개 업체 중 담합을 주도한 4개사에 총 26억6,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나머지 업체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업체별 과징금은 하림 12억4,600만원, 마니커 5억5,700만원, 동우 5억8,000만원, 체리부로 2억8,400만원이다. 닭고기 가격 인상을 방조하고 시세를 고시한 한국계육협회에도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공정위는 “나머지 업체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지만 조류독감 여파로 인한 특수 상황과, 수급 및 가격 조절 어려움이 많은 농축산물의 특성, 업계의 영세성, 가격을 자진 시정한 점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면제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이 부과된 4개 업체도 원래 과징금 최고액(담합기간 매출액의 5%)은 총 100억원에 이르지만 정상이 참작돼 70~75%가 삭감됐다.
한국계육협회와 닭고기 생산업체들은 “농축산물은 가격안정을 위해 농림부가 적극 개입해 수급조절을 해오는 품목으로서 이를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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