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성공한 학부모, 김 부총리의 선택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성공한 학부모, 김 부총리의 선택은

입력
2006.07.20 23:58
0 0

자녀의 학교 선택에 관한 한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는 성공한 학부모다. 비평준화 시절의 명문고에 견줄만한 외고(外高)에 두 딸을 다니게 한 것으로도 예사롭지 않다는 평을 들을 만하다. 더구나 일본에 객원교수로 1년 남짓 머무는 동안 두 딸을 공부시킨 것을 밑천 삼아 하늘의 별 따기라는 편입과 전학의 관문을 뚫었다니 다른 학부모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 내정자의 해명대로라면 두 딸의 외고 편입이나 전학 모두 문제될 게 없는 선택이다. 그 역시 우리 시대의 학부모일진대 '있는 제도'의 틈새를 잘 파고들었을 뿐이라는 해명을 공박할 여지는 없다. 특례 입학과 편입을 구별하지 못하고 단기 해외체류만으로 특례 입학한 것은 특혜 아니냐고 덤비는 야당 의원이 오히려 무색하다. 18일 청문회의 설전은 탁월한 '진학 전문가'의 자질을 과시한 김 부총리의 판정승이었다.

그렇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그가 과연 성공한 교육부총리가 될 수 있을까. 김 내정자에게 교육 문외한이라는 꼬리표가 달렸기에 더욱 그렇다. 외고 입학에 정통한 것을 빼고 말이다.

학자에다 정부 관료를 지낸 장관의 임기가 다른 출신보다 훨씬 길었으니 김 내정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천박한 논리를 들이댄 여당 의원의 지원 사격도 자격 시비를 덮을 수는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야당은 흠집 내기식 공격으로, 여당은 감싸기 식 발언으로 일관하느라 김 내정자의 교육적 자질과 능력 검증을 외면했다.

어설픈 청문회 중간 대학 교육의 경쟁력 확보와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김 내정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대학 개혁 업무를 조정해본 그로서는 그나마 전문성을 가진 분야다. 하지만 규제에 익숙한 우리의 교육 정책과 자율의 확대를 요구하는 대학의 목소리를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한 그의 비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 내정자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은 초ㆍ중등 교육 분야에 머문다. 학제 개편과 지방 교육재정의 파탄, 사립학교법 개정과 교장 공모제. 그 어는 것 하나 우리 사회의 이념과 가치, 집단의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 게 없다.

근저에는 평준화 유지와 수월성 보완의 충돌, 사교육과 공교육의 불일치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일천한 교육적 배경을 지닌 그가 이런 과제를 잘 헤쳐갈 수 있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외고 지원 지역 제한 문제만해도 '2년 유예'로 여론의 예봉을 슬쩍 피했지만 자기 자식은 외고를 보내고 다른 학부모의 자녀들은 지원에 제한을 두는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공격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가 무엇으로 이런 난제들의 가닥을 잡아야 할까. 대답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라는 요구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을 '세금 폭탄'으로 잡겠다는 일도난마식 정책은 교육현장에서 먹히지 않을 것이다. 탁상의 정책이 현실의 요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우리의 교육이다.

김 내정자는 청문회 후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충분히 정책 구상을 설명하지 못해 아쉬워했다고 한다. 21일 공식 취임하면 그는 청문회에서 풀어 놓지 못한 구상의 하나하나를 실천에 옮기게 될 터이다. 그 출발점에서 그가 진정으로 새겨야 할 목표는 '코드'맞춤이 아니다.

'장수하는' 교육 수장이 되기 위해 그의 시선이 머물려야 할 곳은 교육 일선이다. 현장을 찾아 그 곳에서 갈등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두 딸을 외고에 보내기 위해 남들이 쉽게 터득하지 못한 방법을 찾아낸 그 열정으로 말이다.

김승일 사회부장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