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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과 네덜란드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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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과 네덜란드의 도서관

입력
2006.07.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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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난 책벌레였고,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것이 꿈이었다. 네덜란드에는 모든 도시와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고, 사람들은 적은 금액을 내고 회원이 됐다. 하지만 내게는 5명이나 되는 형제자매가 있었고 부모님은 우리 모두를 회원으로 가입시켜 줄 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난 늘 형과 누나의 책이나 아버지가 모아두신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 대출 불가능한 어린이도서관

그런 나의 바람을 알고 부모님은 나를 내가 살던 도시의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시켜 주었고, 그때부터 난 본격적으로 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내가 살던 도시는 인구가 3만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제법 많은 책이 도서관에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단편 과학소설도 꽤 많았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5권의 책을 대출받아 와 집에서 읽었고, 한창때는 그런 식으로 날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받았다.

그에 비해 한국에선 책을 외부로 대출해주는 도서관이 흔치 않다. 아내 말로는 최근 집 부근에 새로 문을 연 한 어린이ㆍ청소년도서관도 대출이 안 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공부할 때 책에다 메모를 하는 한국 학생들의 습관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네덜란드에서는 학생 때 교과서를 비롯한 모든 책에는 무엇인가를 적지 못하도록 배웠고, 요점 정리 등은 꼭 공책에 했다. 책은 다른 이들도 볼 수 있도록 깨끗하게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네덜란드에서도 책에 메모하는 걸 즐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도서관 책은 확실히 예외다. 책에 낙서가 돼 있을 경우 사서는 대출기록을 통해 책을 훼손한 사람을 찾아 벌금을 물리기 때문이다. 대출 기일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도 물론 벌금을 내야 한다. 요즘은 책에 전기장치가 돼 있어, 책장을 뜯어낸 것까지 적발해내곤 한다.

이 같은 엄격한 관리는 이용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가령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없으면 신청할 수 있다. 그러면 도서관은 다른 도서관에서라도 그 책을 찾아서 빌려오고, 사서가 신청자에게 연락을 해준다.

한국 도서관에서도 사서들은 이용자들을 최대한 친절하게 도와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대출이 되지 않아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야 하는 점이, 도서관에 가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독서는 집처럼 자신에게 편안한 환경에서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도 귀중한 고서가 많은 왕립도서관은 책을 대출해주지 않지만, 복사는 자유롭게 해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원서보다 싼 번역본 이해안돼

외국어 원서의 가격이 비싸고 읽고 싶은 책을 구하기 힘든 점도 늘 아쉽다. 네덜란드에서는 영어로 된 원서가 네덜란드어 번역본보다 쌌고,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은 그 때문에 원서를 선호했다. 그에 비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학습 열기가 높은 한국에서는 한국어 번역본이 원서보다 가격이 더 싼 경우가 많다. 게다가 사람들조차 그 같은 현상이 당연한다고 여기는 것은 내게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헨니 사브나이에ㆍ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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