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태와 현대차 등 자동차 4사 파업이 나란히 장기화하고 있다. 두 사태는 모두 노사 자율 교섭 능력의 부재와 정부의 미숙한 대응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노사정이 함께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스코 사태는 이날 청와대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를 다시 한번 강조했지만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 파업 역시 회사가 협상에 보다 전향적으로 나옴에 따라 노조도 파업의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두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는 것은 노사 양측의 교섭 능력 부재 때문이다. 본사를 점거 당한 포스코는 전문건설협회에, 전문건설협회는 포항지역 건설노조에, 노조는 포스코에 사태 해결의 책임을 전가한다. 포스코는 하청업체의 일에 상관할 수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노조의 협상 상대인 전문건설협회는 임금 15% 인상 등 노조 요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실제로 하청업체에게 돈을 주는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서로 네 탓만 하고 있으니 협상이 진척될 리 만무하다.
현대차 노사의 협상력 역시 낙제점 수준이다. 노조는 기본급 대비 9.1%의 임금 인상과 전년 순이익 중 30% 배분 등을 요구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이는 생산성을 웃도는 과도한 인상 요구다.
사측의 무성의한 대응도 파업 장기화를 부추겼다. 내수 침체로 자동차 재고가 쌓인 데다가 미국 앨라배마 현지공장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서 경영진이 노조의 파업에 다소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분석이다. 사측은 20일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수출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맞게 되자 뒤늦게 협상에 박차를 가했지만 노조를 설득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의 협상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정부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포스코 사태 대책은 18일 법무부 등 3개 부처 장관 명의로 “불법 농성이 이어질 경우 법과 원칙대로 엄정히 처리하겠다”는 담화문이 전부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 회사의 본사 건물이 뚫렸는데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변변한 중재 노력 한 번 없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의 대응도 문제다. 노조원들이 포스코 본사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해 온 상황에서 노조원들의 건물 점거 시도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포스코가 11일 노조를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뒤에라도 경찰은 자구 차원에서 당연히 건물 진입을 미리 막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후에도 경계를 강화하기는커녕 건물 경비 수준에 그쳤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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