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유독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8일“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민주 국가에 대한 테러 행위”라며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근거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시리아와 이란 등이 이 같은 테러 행위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헤즈볼라와 시리아 문제를 다뤄야 하고 이란을 고립시켜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헤즈볼라를 제거하거나 무력화할 시간을 주기 위해 중동분쟁에 대한 개입을 미루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이 19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및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계속해 헤즈볼라 세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데 미국과 전략적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의 현지 파견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라이스 장관은 “미국이 외교적으로 개입하기에는 상황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라이스 장관이 분쟁에 개입하기 앞서 최소한 수일은 더 기다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이스 장관이 현지를 방문할 경우, 레바논 남부에 완충지대를 설치하고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ㆍ하 양원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과 시리아에 돌리면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력히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EU) 국가들은 19일 이스라엘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함으로써 신생 레바논 정부의 존립을 위협하고 헤즈볼라 같은 과격 단체들의 입지를 굳혀주고 있다며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 역시 이스라엘의 과잉 공격에 대해 “특히 레바논 민간 시설물 파괴를 지켜보는 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중동 을 방문 중인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도 즉각 휴전과 사태해결을 위한 외교노력 지속을 강조했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국가들은 휴전과 평화유지군 파견을 촉구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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