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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시 생각해보는 '민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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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시 생각해보는 '민심'의 의미

입력
2006.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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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란 말은 마술 같은 힘을 지닌다. 어떤 행동도 이 말로써 정당화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다. 통치나 정치에서 이보다 더 큰 위력을 지닌 말이 있을까. 군주시대에도 위정자는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당위가 받아들여졌으니 민주시대에는 말할 나위도 없다.

●여론조사보다 높은 개념

추상적으로는 모두 그 중요성에 동의하지만 민심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민심은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고 상충되는 해석을 낳는다. 특히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는 민심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는 데 익숙하다. 자기 행동에 대한 합리화 도구로 남용하는 경향이 크다. 심지어는 경선 패배자들도 불복해 당을 뛰쳐나갈 때면 으레 민심을 운운하곤 한다.

한나라당의 이재오 의원이 “민심의 바다에 돛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당대표 경선에서 근소한 차로 차점에 머문 그가 산사에서 며칠을 보낸 후 최고위원으로서 당직에 복귀하며 던진 출사표의 내용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일등이었지만 대의원과 당원 투표에서 뒤져 당대표 직을 놓친 그가 민심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는 민심과 당심 간의 괴리를 없애겠다고 말했고, 특히 앞으로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이 당심보다 민심에 이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원칙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그가 의미하는 민심이 무엇인지는 논란거리다. 혹시 현 시점의 단순한 여론을 민심과 동일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곤란하다. 수많은 문제가 수반된다.

우선 어느 정도의 여론 지지를 민심으로 볼 지 자의적 판단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또한 여론의 심한 가변성, 비일관성, 내부모순성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의 여론이 곧 근원적 민의라고 보기 힘들다. 여론조사의 각종 맹점으로 인해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민심은 여론조사로 확인할 수 있는 것보다 높은 개념이다. 그것은 주어진 설문지에 대한 국민의 피동적 반응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행동으로 나타내는 의사를 말한다. 민주주의는 능동적 행동가로서의 국민을 전제로 한다. 만약 국민이 조작가능성이 농후한 설문에만 답하는 피동적 존재로 전락한다면 주권재민이라는 적극적 민주주의 이상은 요원해진다.

국민이 적극적 참여로 나타내는 의사를 민심으로 봐야 한다는 것은 규범적 관점뿐 아니라 지지세 확대라는 현실정치의 이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주요 양당의 후보를 국민 자유경선으로 뽑는 미국의 예비선거제도는 각 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지지세를 넓히는 데 결정적 기능을 한다. 어떤 정치광고보다도 효과가 큰 흥행거리가 된다.

이재오 의원 말처럼 당심이 민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현재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선출규정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대의원과 등록당원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여론조사 결과의 비중을 높여 민심의 의미를 왜곡해서도 안 된다. 수년 전 노무현-정몽준 간 후보 단일화를 위한 조악한 고육책으로 어설피 도입된 여론조사 방식은 이젠 폐기해야지 거기에 더 의존해선 곤란하다. 그보다는 완전 개방형 국민예비선거제에서 실마리를 찾아 그 구체적 시행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선후보 경선 '흥행' 만들어라

이런 주문은 물론 다른 정당들에도 해당된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기간당원에 의한 경선이 아닌 국민참여적 예비선거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열린우리당으로선 적극적 민심 반영에 더 절실히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은 어느 당이 보다 개방된 과정을 통해 보다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축제와 같은 후보 경선을 멋지게 진행해 국민 흥행에 성공하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ㆍ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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