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성수기가 시작됐다. 이맘때면 바닷가 뜨거운 모래밭에서 뒹굴고 싶어 안달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엄두도 못 낸다. 무지막지하게 볕을 쬐어서 자글자글 주름진 얼굴로 쏘다니던 아, 그 옛날의 여름이여! 언젠가부터 ‘바캉스’라는 말도 생소하게 들린다.
대학교에서 일하는 한 친구가 안식년을 맞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떠난다. 그도 옛날 같지 않게 마냥 설레기만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를 보내는 우리도 옛날같이 마냥 부럽기만 하지는 않다. (참, 대학교 선생들에게는 안식년이 있는데 초중고 선생들에게는 왜 안식년이 주어지지 않는 걸까?) 오히려, 일 년이나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다니 외롭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긴 바다낚시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니 캐나다를 듬뿍 즐길 거다. 그리고 요즘 부쩍 이제까지의 삶을 지리멸렬해 하니, 새로운 삶을 모색할 좋은 기회가 될 거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나이 오십에도 삶을 바꾸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박완서 선생이 말씀하셨단다. “요즘 사람 나이를 옛날 사람과 똑같이 쳐서는 안 된다. 살아온 햇수에 0.7을 곱하는 게 제 나이다.” 깊이 위안이 되는 말씀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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